타이드림에 대한 고찰

태국 오라오라병을 아십니까?

by 슈나

태국이 계속해서 다시 오라고 부른다는 오라오라병. 지금은 여행지의 범위가 훨씬 더 넓어졌지만, 내가 대학생때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태국은 안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는 나라였다.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맛있는 현지 음식과 저렴한 열대 과일, 밤에도 즐길거리 먹을거리 살거리가 풍부한 놀 만한 곳, 값싼 도미토리부터 호화호텔까지 숙소선택에도 다양한 옵션이 있으며 호화호텔이라 해도 다른 나라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이고, 아름다운 바다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것 부터 화려한 클럽에서의 밤시간까지 여행타입도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게다가 친절한 현지 사람들, 영어로 의사소통도 무리가 없고 비교적 안전하며, 수많은 항공편이 취항하고 있어서 다른 동남아 지역은 물론 세계 곳곳으로 여행하기도 쉬운 위치!

그런 태국에서 잠깐 지내는 동안 너무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물이 안좋아서 수돗물을 마시기는 커녕 오랜기간 지낼때는 양치질도 생수로 하는 편이 좋다고 한다.

저렴한 택시비덕에 어디든 이동하기가 쉽지만, 택시기사는 아무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위험한 택시도 상당히 많다고 해서 밤늦게 끝나는 날에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 매번 무서웠다(여태까지 좋은 기사님들만 만났지만 그래도 항상 조심해야 한다!).

맛있는 레스토랑도 많이 있지만, 사실 그정도 맛있고 좋은 레스토랑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어디에도 있다.

(물론 맛이나 가격면에서 길거리 팟타이를 따라올 나라는 절대 없지만, 그렇게 치면 떡볶이도 대한민국에서 먹는 게 제일 맛있지!)


현지에서 돈을 벌게되면 당연히 현지물가에 적응하기 때문에 여행을 하던 그때처럼 더이상 저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행할 곳도 많고 옵션도 다양하지만, 좀처럼 '국내여행'을 다니지도 않게된다. 어차피 계속 있는데 다음에 가지- 하면서 소파에 파묻혀 창Chang 이나 마시고 있다. 한국에 살면서 내나라 여행을 많이 하지 않게 되는 이유와 똑같다.


태국은 내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나라 중 하나이지만,

너무 짧게 지내서 아쉽고, 다시 가서 두세달 더 살고 싶긴 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매년 한두번씩 여행을 가서 최소 한 달 정도씩은 지내고 싶지만,


앞으로 내가 평생을 살고 싶은 나라는 아니라고 결론을 지었다.


그러니까 태국 여행이 너무 좋아서 태국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던 분들은 아주 잘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


내가 늘 하는 말인데,

여행 하는것과 여행 하듯 '사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그래도,

직접 경험하고 나서 아니구나 하는 편이 포기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래도 가시긴 하셔야겠지. ㅎㅎ


매력적인 나라 태국에서

단순히 오래 지내고 싶으면 그냥 장기 여행을 계획하고,

현지인처럼 일하며 살고 싶다면 그 나라의 미운면도 다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곳에서 일상을 만들며 산다는 것은

더 이상 그곳이 새롭지 않아서 곧 지루해질지도 모르며,


현지 사정을 모르고 부르는대로 값을 치르고 후하게 팁을 주고 다니는 관광객이 아니기 때문에

여행다닐때 나에게 웃음을 보이던 상인들이 나에게 더이상 친절하지 않다는 사실에 상처받을 지도 모른다.


여행보다 오랜시간을 지내기 때문에 당연히 시간대비 범죄에 노출 될 확률도 높아지고,

자국에서 일을 당했을 때 보다 더욱 더 서러울 뿐 만 아니라 경찰서에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살면서 쏟아내던 불만이 똑같이 되풀이 될 거라는 것은 미쳐 생각하지 못했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서와 같은 불만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일하며 지내는 건 노는게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먹고 사는 문제는 늘 고민 덩어리다.


여기저기 잠깐씩 지내본 외국인 노동자로서, 이제서야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그저

그 나라에서 오래 머물고 싶어서 현지에서 일을 찾았었던 거였다.


그렇게 장기체류를 하며 핑크빛 꿈에 부풀어 있고 싶었다면, 벌어온 돈으로 장기 여행을 해야했다.



....하지만 방콕생활은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이렇게 깨닫지도 못했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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