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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Jul 11. 2021

배려는 감사합니다만.

평소처럼 대해주세요.

요즘같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가 높아지고 관계 맺기가 어려워진 시대에 배려는 필수 덕목처럼 여겨진다. 배려라는 단어는 장애인들에게는 남들보다는 조금 더 익숙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각종 경제적, 그리고 복지의 혜택 등 국가로부터도 배려를 받는다. 국가의 배려가 아닌 사회에서의 배려는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무시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친절한 사람들도 있고 다양한 반응을 접할 수 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유달리 더 친절하게 대해주는 고마운 분들도 계시다. 이러한  부담스러운 배려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무시당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간혹, 내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목소리 크게 말씀하거나 입모양을 크게 말씀해주는 분들이 있다.


청각장애인 황민아가 아닌 황민아로 바라봐주었으면 하는데 장애인이라는 꼬리표가 달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씁쓸해지곤 한다. 특히 의사소통은 직장생활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이라 늘 신경을 많이 쓰곤 했는데 그때마다 상대측에서 입모양을 크게 하거나, 목소리를 크게 하실 때면 많이 부담스러웠다. 나는 '평소처럼 말씀해주셔도 돼요. 못 들으면 제가 먼저 말씀드릴게요' 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면 상대방도 '아, 알겠어요 민아씨' 라며 수월하게 업무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물론 나도 못 알아들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먼저 말씀을 드리면 될 텐데 말이다. 이상하게도 나를 잘 아는 내 친구들이나 가족은 목소리를 높이거나 입모양을 크게 하진 않는다. 늘 평소처럼 말씀을 해주시는데, 내가 못 알아들으면 '다시 한번 더 말해줘' 라고 요청한다.


물론 배려를 받는 나의 입장에서, '기왕 배려해 주실 거면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주세요'라고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모임에서건 직장에서건, 종종 물건을 사고자 매장이나 카페를 갈 때, 내가 못 듣는 것을 알고 목소리를 크게 내거나 하는 경우에는 조금 불편함이 느껴지곤 한다.


물론 이러한 모든 상황들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져가고 있다. 사실 나 조차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이해가 충분히 되긴 한다. 그 사람이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내가 장애가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전혀 할 수 없을 것이며, 있다는 것을 안다한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늘 처음 겪는 상황에 닥치면 당황할 것이기에 못 들으면 크게 이야기 해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겪어본 삶에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우는 싸우는 경우밖에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결국 나 같은 청각장애인을 만나도 의사소통이 안되거나 하는 경우라면 결국 차분하게 다시 알려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 모두에게 통하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장애인을 만났으니 배려를 해줘야지'라는 마음이 아닌 그냥 평범하게
다른 사람 대하듯 한다면 배려받는 이나, 배려하는 이 모두에게도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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