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Jude,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하여

20년 만에 온전히 전해진 사랑, 음악으로 기억하며 영원히 사랑하기를

by 윤슬



얼마 전 노르웨이숲(상실의 시대)을 다시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등장하는 음악들을 하나씩 찾아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 장면으로 더 깊이 빨려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소설의 제목이자 오프닝처럼 흐르는 곡은, 내가 오래도록 사랑해 온 비틀즈의 'Norwegian Wood'이다.

이 소설에는 비틀즈의 곡들이 10여 곡 이상 나온다. 나는 이따금씩 그들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따라 부르다 보면 어쩐지 햇살 속에서 뛰노는 아이처럼 마음이 환해지곤 한다.

그래서 오늘은 그들의 또 다른 대표곡, 'Hey Jude'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고, 말보다 오래가는 사랑의 표현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비틀즈의 ‘Hey Jude’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지도 모른다.



1968년 폴메카트니는 비틀즈의 대표곡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노래 'Hey Jude'를 발표했다.

이 곡은 존 레논의 아들 줄리안 레논을 위해 만든 곡이었다고 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힘들어하는 줄리안을 위로하러 다녀오던 길에 떠오른 생각과 선율을 담아 썼다고 한다.

헤이 쥬드의 가사를 보면 부모만큼이나 줄리안을 사랑하고 격려해 주었던 폴 메카트니의 깊고 넓은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 인생에도 종종, 말없이 곁에 있어주고 조용히 등을 밀어주던 사람들이 있다. 좋은 영향과 힘을 주는 인연들. 이 곡은 그런 존재들의 마음을 닮아 있다.



https://youtu.be/A_MjCqQoLLA?si=QPm_tG3PFCtQG6ku&t=55



헤이, 쥬드.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마

이제 슬픈 노래를 괜찮은 노래로 만들어 보는 거야

그녀를 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기억해

그러면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할 거야

쥬드, 너무 두려워하지 마

세상의 모든 짐을 너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는 마

쥬드, 이제 시작해 봐

너는 함께 시작할 사람을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 일을 해야 할 사람은 바로 너야

쥬드, 그다지 나쁘게만 생각하지 마

슬픈 노래를 이제 괜찮은 노래로 만들어 보는 거야




변치 않는 사랑은 음악으로 기억되고


이 곡의 원래 제목은 헤이 줄리언 Hey Julian이었다가, 헤이 줄스 Hey Jules로 바뀌었고, 거기서 보다 강력한 느낌을 주는 헤이 쥬드 Hey Jude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곡이 발표된 지 20년이 지난 어느 날, 줄리안 레논은 우연히 폴 메카트니와 같은 호텔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그날 폴 메카트니는 이 노래 속의 쥬드가 줄리안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날 비로소 줄리안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왜 그렇게 감동적이었는지, 왜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찍은 사진보다 폴 메카트니와 찍은 사진이 더 많았는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폴메카트니와 줄리안 레논



줄리안의 이 말이 왜 이렇게 안타까우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올까.

폴 메카트니는 줄리안에게 사려 깊은 사랑을 음악으로 담아주었다. 아버지인 존 레논도 채워주지 못한 어떤 구멍을 조건 없는 사랑으로 채워준 것이었다.


그 당시 줄리안이 어린아이였던 점을 감안하여 상처를 더 받지 않도록 배려해서 이름을 직접 지칭하지 않았고, 직접적으로도 곡의 의미를 설명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까운 삼촌과도 같은 존재였지만, 줄리안이 성인이 되고 감정적으로 더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곡의 진짜 의미를 전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줄리안은 어려운 시기에 강인함을 유지하라는 이 노래가 자신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고 전한다.


이 곡에 얽힌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정작 존 레논은 처음엔 이 곡이 오노 요코를 선택한 자신을 지지하는 노래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한 곡의 노래에 오해와 걱정, 연민과 위로가 모두 담긴 셈이다.

또한 이 곡을 녹음할 당시 36인조 오케스트라가 함께 했는데, 후반부 'na-na-na'로 이어지는 합창 부분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까지 목소리를 보탰다고 한다.

그 합창은 마치 "줄리안, 힘내"라고 말하는 응원의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세상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괜찮아, 다 좋아질 거야"라고 말하는 위로처럼 들리기도 한다.



폴 메카트니의 생일에 줄리안 레논이 Hey Jude노래와 함께 유년의 사진들을 올렸다




사랑은 때로 조용히 머무는 것. 다 말하지 않아도, 다가가지 않아도 시간 속에서 흘러가며 조금씩 깊어지는 것.

꼭 전해지지 않아도, 그저 마음에 남아 스스로의 삶을 단단히 감싸주는 것이다. 20년 동안 그렇게 흘러왔듯이.

그때의 진심은 사랑으로 담겨 음악 속에 영원히 남아 있다. 시간이 흘러도, 세월에 빛바래지 않고, 사람의 마음처럼 쉽게 변하지 않는다. 단 한 사람이라도 그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들어준다면.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라는 어느 영화 속 대사처럼

사랑이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음악 속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곡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내 안의 사랑을 음악으로 기억하며 영원할 수 있는 진정한 축복이 아닐까.

더 깊고 맑은 마음을, 사랑을, 음악이라는 방식으로 오래오래 남기고 싶다.




한번 시작한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그러니 어떤 사람도 빈 나무일 수는 없다고,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고.


ㅡ 김연수 『 사랑의 단상 2014 』




모든 계절을 지나온 자리에

조용히 머문 마음이 있다.

다 전해지지 못해도, 멀리 있어도

끝내 사랑만이 남기를 바란다.


기억해야 한다.

그 모든 순간에 사랑이 있었음을.

그래야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 참고

KBS 클래식 라디오 <세상의 모든 음악>, 25년 5월 8일 방송 중에서

https://rockandrollgarage.com/what-julian-lennon-said-about-paul-mccartney-writing-hey-jude-for-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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