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Apr 04. 2023

故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추도곡을 바칩니다.

드뷔시의 발걸음으로 애도합니다.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류이치 사카모토  坂本龍一  (1952-2023)



사랑하는 아티스트를 잃어서 심장을 뺏긴 것처럼 슬펐습니다.

힘들 때마다 그분의 선율에 기대어 신세를 많이도 졌어요.

제 영혼을 많이 어루만져주셨습니다.


올해 들어 건반에 마음을 잘 두지 못했어요.

하루정도 슬픔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나니 아쉬움, 특히 감사함이 마음을 뚫고 나오더라고요.

아, 건반 앞으로 가야겠구나.

바로 애도하는 마음을 건반에 진심으로 담아 어젯밤에 녹음했습니다.

고요하게 저만의 추도를 올립니다.




드뷔시로 통하는 음(音)


9th화음이었다.
내가 그 얼마 전에 만나서 정신없이 몰두하게 된,
드뷔시가 좋아하던 바로 그 음이었다.
이 화음에 정말 엄청나게 가슴이 뛰었다.
오랫동안 나는 자신을 드뷔시의 환생이라고, 거의 진심으로 믿었다.

-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자서전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를 읽던 중

위 대목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9th화음


류이치 사카모토의 심장을 환희로 뛰게 한 그 9음.

류이치 사카모토가 떠나시는 길, 드뷔시의 9음의 발걸음을 편안하게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왼손의 1, 9, 13음을 이 추도곡 「 드뷔시의 발걸음, RIP Sakamoto 」의 테마로 잡았습니다.

 1(미b), 9(파), 13 (시b)


9음에 4음정을 더했습니다.(13음이 됩니다)

4도간 음정은 사카모토 님의 쓸쓸함이 담긴 선율에서 많이 들려요.

음정의 결을 살리면서도 단조 아닌 장조로 담아 따뜻함을 더했고  

선율엔 담백한 고요함을 담았습니다.


정작 저는 그분의 음악에서 쓸쓸하고 처연한 선율에 기대어 숨 쉬었지만

류이치 사카모토를 쓸쓸한 곡으로 보내드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는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는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지금 있는 음악들로도 충만합니다.

삶의 끝까지 덤덤하게 할 수 있는 모든 소임을 다 하시는 모습까지 존경했습니다.

나를 놓고 싶을 때마다 음악에 대한 사랑을 삶의 끝까지 놓지 않으셨던 그 마음을 가지고 올게요.


제가 드리는 드뷔시의 발걸음이 가시는 길에 닿아 따뜻하셨을까요?

부디 영면하시기를.

우리들 안에서 영원히 함께 하기를.

사랑합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이 순간 힘든 시간을 걷고 계신 분들,

류이치 사카모토의 죽음에 애도하시는 분들

함께 들으며 위로 나눠요.

용기 내어 나눠봅니다. 저의 소박한 곡을요.

:)



유튜브링크

https://youtu.be/v84JfJQzTzA





p.s  이번 주 연재는 추모의 글로 대신합니다. 수요일의 슬픈 Bittersweet , 부제 작곡가의 반찬가게는 다음 주에 찾아 뵙겠습니다.
봄비 내리는 날,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
작가의 이전글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 류이치 사카모토 자서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