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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pr 19. 2023

자클린의 눈물 - 어떻게 하면 삶을 견딜 수 있죠?

『 수요일의 슬픈 Bittersweet 』 3편


음악을 틀어놓고 일상을 지내다 보면 일상의 소리들을 뚫고 다가오는 음악들이 있어요.

제게 늘 그렇게 다가오는 곡,

바로 자클린의 눈물 Jacqueline's Tears입니다.


작곡가 : 자크 오펜바흐 Jacques Offenbach (1819-1880)
제   목 : 자클린의 눈물 Jacqueline's Tears Op. 76 No.2
곡발표 :  베르너 토마스 Werner Thomas-Mifune (1941~2016)


삶을 살다 보면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겠다 할 만큼 가슴 시리게 아픈 것들이 있죠.

곡제목에 담긴 스토리가 바로 그렇습니다.


이 곡은 자크 오펜바흐의 유작으로 100년 동안 미발표곡으로 남겨져 있었어요. 많은 창작자들이 그럴 겁니다. 세상에 내놓는 작품이 아닌, 발표되지 않은 수많은 작품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요.

아마 오펜바흐도 발표하지 못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100년 뒤 독일 첼리스트인 베르너 토마스는 이 곡을 발견하게 됩니다.

' 아! 이건 세상에 발표해야 해!!'라는  깨달음.

그리고 이 곡의 제목을 짓습니다.  


자클린의 눈물
Les Larmes de Jacqueline
Jacqueline's Tears



자클린? 자클린이 왜 울고 있는 걸까요?

왜 베르너 토마스는 이 악보를 보고 그 이름을 떠올린 걸까요?

자클린이 누군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집니다.


ⓒ melon artist page


자클린 뒤 프레 Jacqueline Du Pre(1945-1987)


그녀는 영국의 유능한 첼리스트였습니다.

4살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악기소리 가운데, 특히 첼로소리를 지적하며 그 소리를 내고 싶다고 졸랐다고 합니다. 운명처럼 첼로가 그녀에게 다가간 첫 순간이었죠.  어릴 때부터 일찍이 두각을 나타낸 그녀는 파블로 카잘스와, 로스트로포비치로부터 사사를 받았습니다. 스무 살이던 해에 빛을 보지 못하던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성공적으로 연주해 냄으로써 엘가의 첼로협주곡도 재평가받는 계기가 되었고, 그녀도 더 크게 알려지게 됩니다.


https://brunch.co.kr/@minachoi/52



스물네살,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 1942-)과 만나 사랑에 빠졌고,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대인인 그와 결혼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가서 유대교로 개종한 후 결혼했습니다.  


자클린과 바렌보임의 결혼식  ⓒ wiki



지휘자와 연주가로 하나가 되어 활발히 연주하며 앨범들을 발표하면서 찬란하고 열정적인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녀의 표정이 제일 행복해 보일 때는 첼로를 연주할 때였고, 다니엘 바렌보임과 함께 있을 때였습니다.


음악으로 함께 하는 행복했던 시간들 ⓒ wiki


하지만 결혼 후 4년 뒤, 자클린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게 서서히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자주 무너지며 아프기 시작했는데, 다니엘 바렌보임은 정신력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결국 ‘다발성 뇌척수 경화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오히려 그녀는 병명을 진단받고 자신의 정신에 문제가 없다며 안심했다는 부문에서 가슴이 무너집니다. 알 수는 없지만 정신력의 문제란 말로 상처가 된 혹독했던 시간들이 병명확정과 함께 해방되는 기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자클린은 첼리스트로서 연주활동을 중단하게 되고 투병은 계속됩니다. 남편은 연주활동 중 만난 피아니스트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요. 그녀는 14년 동안의 고통스러운 투병생활 끝에 결국 42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합니다.


재클린 뒤 프레의 묘  ⓒ wiki


모든 근육이 말라버리고 뒤틀리며 굳어버리는 상태.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느낌이 아닐 고통.

남편과 녹음했던 음반들을 반복하여 들었던 일상.

몸이 고통스러운 것보다 음악을 연주할 수 없음을 하루하루 감내했을 고통.

척수 손상으로 인한 안면마비로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던 그녀는 대체 어떻게 하면 삶을 견딜 수 있냐며 되물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자클린 뒤 프레와 다니엘 바렌보임이 발표한 앨범들 ⓒ applemusic


첼로는 외로운 악기다.
다른 악기나 지휘자가 있는 오케스트라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첼로로 음악을 완성시키기 위해선
음악적으로 강한 유대를 가진 보조자가 필요하다.
나는 운이 좋아 다니엘을 만났고,
그의 도움으로 연주하고 싶었던 곡을
거의 다 음반에 담을 수 있었다.

이제야 베르너 토마스가 왜 이 제목을 붙였는지, 

그녀에게 헌정하며 세상에 발표했는지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이제 음악을 함께 들어볼까요?

총 3곡을 선곡했습니다.



1. 베르너 토마스 Werner Thomas-Mifune의 첼로,  뮌헨 캄머오케스트라 Münchener Kammerorchester


1986.1월 Orfeo 레이블로 발표


https://youtu.be/HUFyHcrCQN4


글을 쓰기 전, 먼저 여러 음원들을 쭉 들었을 때 이 연주가 제일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다름 아닌, 이 곡의 이름을 지어준 베르너 토마스의 첼로연주였던 거죠.

이럴 때 저는 음악으로 영혼이 통하는 순간을 속절없이 느껴버리곤 합니다.

자클린의 일생이 ‘자클린의 눈물’이라는 제목과 오펜바흐의 선율로 다가온 것처럼 진심은 글과 음악으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요.



2.  Les violoncelles francais - Larmes de Jacqueline, Op.76 No.2
      두 번째는 프랑스의 8명의 첼리스트가 함께 연주한 곡입니다.



원래 올리려던 글을 제쳐두고 이번 편을 먼저 소개해야겠다고 맘먹게 된 곡입니다.

그제 저녁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첼로의 풍성함이 일상의 소리를 뚫고 나와 꽂히더군요.


피아노도 포핸즈로 담아내면 하나의 악기로 풍성함이 느껴지는 매력이 있습니다.

첼로 역시 그렇습니다.  이 음원처럼 8인조, 12인조, 이런 구성의 앙상블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이 글을 쓰면서 제가 좋아하는 악기가 동시에 여러대로 연주되는 풍성함을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언젠가 한 번, 제가 즐겨 듣는 포핸즈 피아노와, 첼로 8인조, 12인조 첼로 그룹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아쉽게도 유튜브음원을 찾지 못해서,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 링크로 대체합니다.


https://music.apple.com/kr/album/larmes-de-jacqueline-op-76-no-2/589351487?i=589351508



https://open.spotify.com/track/6aJwAld4NIpjIreTwdetAe?si=2a4418bb5c79493f



3.  세 번째는 성민제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입니다.  

https://youtu.be/yguDjrBz5Z4


이 연주는 작년에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놓은 곡입니다.

첼로보다 더 무겁고 낮은 울림이 있는 콘트라베이스로 듣는 무게감은 또 다르게 다가와요. 가끔씩 생각날 때 찾아 듣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흐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자료들을 보며 시간순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 1819 자크 오펜바흐 출생  

- 1853 작곡연도  

- 1880 자크 오펜바흐 사망   

- 1941 베르너 토마스 출생  

- 1945 자클린 뒤 프레 출생  

- 1986 1월 베르너 토마스가 곡발표  

- 1987 자클린 뒤 프레 사망  









오펜바흐가 이 곡을 작곡하고 발표하지 않았던 마음,

작곡가 사후 100여년 뒤 베르너 토마스가 이 곡을 발견하고 세상에 발표하리라 결심한 마음,

그리고 곡제목에 '자클린의 눈물'로 칭하고 헌정한 마음,

그렇게 우리가 자연스럽게 자클린의 일생을 알게 된 마음.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음악과 함께 흐르는 슬픈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글과 음악이 한 사람의 인생사와 함께 채워지는 진실된 힘일 겁니다.


자클린과 다니엘 바렌보임의 전해지는 이야기도 세상에 알려진 것 외에, 또 다른 수많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본인의 삶은 철저히 그 자신이 아니면 결코 알 수가 없듯이요.

하지만 그 여러 것들을 뒤로하고,  오늘은 그저 그녀가 느꼈을 절망과 고통에 위로를 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관련영상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어느 분의 댓글을 공유하며 글을 마칩니다.

힘듦을 받아들이고 또다시 일어서는 분들을 위해서,

재클린을 위해서,

댓글을 남기신 그분을 위해서 평안의 기도를 드립니다.

아름답고도 슬픈 선율로 고통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일찍 남편을 떠나보내고  다시 희귀병으로 하반신 마비로 살아가는 내겐
이 비통한 첼로연주가 뼛속 깊이 위안을 주며 새 힘의 눈물이 됩니다.







『 수요일의 슬픈 Bittersweet 』 3편 -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음악에 대해 나눕니다. 그저 알고 싶고, 깊게 느껴지는 것을  ‘왜?’라고 스스로에게 물으며 저만의 시선으로 편하게 담아봅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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