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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an 23. 2024

단골카페 사장님의 플레이리스트가 인생곡이 된 순간

샤잠하십니까?

단골카페 사장님의 플레이리스트가 인생곡이 된 순간

사장님께서 매장에서 틀어주셨던 곡중에서 제가 샤잠으로 모아 온  밝고 즐거운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담아서 만나뵙겠습니다. 


단골가게가 있으신가요? 제가 애용하는 동네 단골가게는 샌드위치가 맛있는 빵집과 카페, 김밥집, 추어탕집이 있어요. 공통점은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한결같다는 것입니다. 많이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고 속이 편안하고 뒷맛이 깔끔해요. 모든 것이 빨리 흘러가고 바뀌는 세상에서 오랫동안 변치 않고 꾸준히 한 길을 걸어가는 것이 자신만의 생각이나 의지 없이는 결코 쉽지 않음을 알기에 더 소중한 가치로 다가옵니다. 


그 중 더욱 특별한 브런치카페가 있습니다. 주로 포장해서 먹었지만, 아주 가끔은 매장에  앉아 시공간을 즐겼던 곳이에요. 그럴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사장님이 직접 선곡하는 선곡리스트 때문이었습니다.



ⓒalesha_macarosha from envato



Jazz Playlist



잘은 모르지만, 음악을 참 좋아하신다는 것만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주로 밝고 즐거운 분위기의 여성 보컬 재즈를 자주 틀어주시는 편이셨어요. 그래서 매장 분위기는 늘 기분 좋아지는 해피무드가 흘러서 참 좋았습니다.  Shazam을 자주 켜게 되는 소중한 곳이었어요. 


그렇게 가끔 매장에 들러서 입맛에 맞는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음악을 즐겼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조용히 고요하게 쉼을 누릴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흔히 멍 때린다고 하죠? 책을 읽지 않아도, 글을 쓰지 않아도, 핸드폰을 보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만한 곳이었죠.




전 여기에서 제 인생 곡을 만나게 됩니다. 


https://youtu.be/Z5Ae0bNzea4?si=Rv9mFndn1pAAisz2



Il Prete Sposato - Antonio Farao <Woman's Perfume>



어떠신가요? 애수가 깊은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지극한 적막 속에서 내 안의 무언가와 만나는 기분이 들어요. 너무 아름다운 곡입니다. 울컥해지기도 하고요. 매장에서 주로 트시는 음악들과 분위기가 사뭇 많이 다릅니다.  Antonio Farao 이태리 재즈피아니스트가 71년도 이태리 영화주제곡을 재즈 피아노 솔로로 편곡, 연주한 곡이라고 합니다. 이 곡은 문득 듣고 싶어질 때 꺼내 듣거나, 유독 가을 겨울에 더 자주 듣게 되는 것 같아요.


인생보물 같은 곡을 알게 해 줘서 너무 감사하고, 그런 곡을 들려주는 단골가게가 있다는 것이 참 좋았어요. 그렇게 조용히 머물면서 샤잠으로 음악을 가져오던 수년여의 시간들. 


작년 초여름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용기가 났는지 매장 분위기와 어울리면서도 분명 사장님께서 좋아하실 만한 몇 곡을 냅킨에 꾹꾹 눌러 적었습니다. 그릇을 반납하며 늘 음악 듣기 좋아서 고맙다고 전하며 노래제목이 적힌 냅킨도 함께 건네드리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작년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끝나고 호젓하게 그 브런치카페에 들렀는데, 세상에. 

그 공간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내게 마지막이 되었는지 몰랐을 그날, 수년만에 전했던 음악이야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줄이야..



단골 브런치카페 스피커옆 하얀 여백의 공간










https://youtu.be/HaGoGZXx1jM?si=CJ5_Jt81rDpgUC8p


바람이 되어 불어오는 어느 날의 기억 - 이재윤



지난 주말 한강을 건너며 버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이 곡을 들었습니다. 날은 흐리고 비가 옅게 흩날리던 한강의 풍경을 보는데 맘 한편에서 진득한 그리움이 새어 나왔습니다. 문득 그 없어진 단골가게가 생각났어요.  Antonio Farao가 연주한 인생곡을 들려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에 이 곡을 들려드리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마저도 닿을 순 없지만, 이렇게 글로 담아봅니다. 


가사가 있는 음악은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주곡은 간접적으로 서사를 전하므로  화자나 청자에게 자율도를 안겨 줍니다. 이 두 개의 곡은 피아노 연주곡이지만 신기하게도 마치 추억을 그리워하는 가사의 노래로 들려요. 선율이 슬프고 아름다운 곡, 바람이 되어 불어오는 어느 날의 기억처럼 말이죠. 없음이 실재하는 그 빈자리는 고유한 자욱으로 남아 기억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진 단골 브런치카페에 대한 마음을 글과 음악으로 잠시 만나봅니다. 




오늘은 매장 분위기와 다소 달랐던 인생곡과 전할 수 없는 답가를 <비터스위트> 글로 담았지만, 다음 글에서는

사장님께서 매장에서 틀어주셨던 곡중에서 제가 샤잠으로 모아 온  밝고 즐거운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담아서 만나뵙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슬프고 아름다운 Bittersweet 』15편 - '단골카페 사장님의 플레이리스트가 인생곡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음악에 대해 나눕니다. 그저 알고 싶고, 깊게 느껴지는 것을  ‘왜?’라고 스스로에게 물으며 저만의 시선으로 편하게 담아봅니다.

※ 사진,영상에 관한 저작물은 라이센스가 승인된 서비스를 이용하여 업로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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