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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아 May 08. 2021

그 날에 뜬 달과 오늘에 뜬 달

라디에이터에서 나오는 후더운 공기가 발바닥을 데우니 포근한 한편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창밖 공기는 굳이 닿지 않아도 그 차가움이 느껴지는데 저 하늘 위는 얼마나 차가울까 생각했다. 마음을 창공에 올려보고자 책장에서 윤동주의 시집을 꺼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잡아 책을 펼쳐보니 '달을 쏘다'였다. 많은 생각이 간밤에 깬 윤동주의 마음을 어지럽혔나 보다. 밤공기를 마시며 든 생각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 간 글을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전후 맥락은 모르겠지만 글쓴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쓰려고 쓴 글이 아니고 마음에서 생각이 쏟아져 쓸 수밖에 없었던 글이다. 무사의 마음으로 달을 쏘았다는 마지막 문장까지 읽고 나니 그 저녁에 떴던 달이 곧 내 머리 위에도 뜰 것 같았다.

글의 끝자락에 적힌 1938. 10이라는 숫자가 그 날을 구체화했다. 80년 전 어느 저녁에 뜬 달이었구나. 80년이라는 세월이 이렇게 가깝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던가. 오늘의 하늘과 그날의 하늘이 하나 다를 것이 없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적어내려가는 마음이 윤동주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겠구나 싶었다. 나의 작은 방에 뚫린 커다란 창문으로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시인 윤동주를 만났다. 그리워하는 나의 나라 위인들의 마음이 이렇게 내 마음에 닿을 수 있겠다. 연약한 영혼을 소중히 여긴 이들의 마음이 저 하늘에 남아 있다. 나는 참 복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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