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아 Jun 14. 2020

삐걱대는 사회에서 튕겨져 나온 일상

코로나 때문에 타의와 자의로 외출을 줄이며 집에서 흐트러지지 않을 일상을 찾았다. 문득 멍해지다가 그래도 할 일이 있으니 해야지,라고 마음을 다독이고 다 부질없는 일이다 한숨을 쉬다가도 그럼에도 해야지,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밥알을 꼭꼭 씹어 삼키듯이 꼭꼭 살고 있었다. 모두가 일상이 무너졌다고 말하는 사이에서 일상을 지키는 데 선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회사 동료가 무엇을 하며 지내느냐고 물었다.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집에서 무엇을 하냐고. 나는 나의 간략한 일상을 이야기하며 별 거 아닌 일들이지만 시간이 빨리 간다고 대답했다. 꽤나 바쁜 일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입으로 뱉어보니 세 문장이면 족한 하루였다. 아침 시간은 대게 요가를 하면서 여유 있게 보내. 점심 먹고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 저녁을 먹은 후에는 드라마를 보거나 내가 하고 싶은 걸 아무거나 해.


물론 많은 시간과 행동, 그리고 그 와중에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을 단어 몇 개로 요약하는 것은 너무나 허무한 방법이다. 이 간단한 문장 안에 내가 보낸 하루의 깊이를 담을 수는 없다. 그러나 대화를 하며 나의 일상이 정상적인 것인지, 혹은 지속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비정상이라고 할 것은 아니지만 오래도록 유지하기에는 힘든 일상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살고 있는 사회와 전혀 연결되지 않는 일상이기에 그렇게 생각했다.


코로나 이전에 내가 보냈던 일상은 어떠했을까. 그때도 유달리 사회와 연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집안에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적당히 사회 언저리를 기웃거리며 종종 그 안에 들어가려 문도 두드려보고 종종 테두리 밖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기도 했다. 그런데 코로나로 사회가 삐걱거리며 움직이는 오늘날에는 다가가기에는 너무 멀고 낯설기만 한 사회가 되었다.


사회가 온전히 돌아갈 때는 내가 발 하나를 슬쩍 내밀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고 내가 물러서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흘러가는 세상 속에 자연스레 끼어 비록 이방인이라 할지라도 사회에 속하는 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움직임을 멈추고 경직된 사회에서는 내가 발을 들이밀 곳이 없다. 나도 사회의 구성원인 척 섞일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모두의 일상이 멈추었을 때 나도 똑같이 멈추었을 뿐인데 사회와 연결되지 못한 일상은 유난히 두드러져 보인다. 멈춘 일상을 연결할 곳이 없기에 고립된 섬이 된다.


위기의 상황에서 가장 먼저 튕겨나가는 것은 가장자리에 매달려 있는 사람이다. 이동이 제한되고 학교가 문을 닫자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평소 장을 보던 시장이 문을 닫아 슈퍼마켓에서 더 비싼 가격으로 물건을 사야 하는 이들은 부담스러운 비용에 허덕였다. 또 집에서 챙기지 못하는 영양을 학교 급식에서 해결하던 아이들은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타인의 도움 없이는 생활하기 힘든 사람들도 접촉이 불가능해지자 일상에 문제가 생겼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에 비하면 그나마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이방인은 문제도 아니다. 사회에 뿌리를 굳게 내린 이들과 조금 다른 일상을 보낼 뿐이지 일상이 뒤집어지고 난리가 나지는 않는다. 대수롭지 않은 이 고립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끝낼 수 있다. 그러니까 정말이지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나의 일상이 얼마나 취약했는지, 얼마나 얕은 땅에 간신히 붙어있었는지 절절히 느낄 수 있었던 기회일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요한 어둠 속에서 찾아온 공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