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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아 Sep 27. 2020

이불을 개는 습관

아침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마자 이불을 개는 습관이 생겼다. 침대를 사용하고부터는 이불을 판판히 펼치는 것이 정돈이 되었기 때문에 이불을 차곡차곡 개는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이불을 덮기에는 너무 덥고 그렇다고 치우자니 허전하던 어느 날 더위에 잠을 설치다 벌떡 일어나 이불을 갰다. 열기를 한껏 품은 살결에 더 이상 이불이 닿지 않게 되니 그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허전하다 싶으면 발 밑에 곱게 개인 이불 밑으로 두 발을 집어넣어 안정감을 찾을 수도 있었다. 그 날 이후 매일 아침 이불을 개기 시작했다. 이불을 개는 것이 펼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고 훨씬 깔끔했다. 순식간에 이불을 개고 침대에서 내려오면 왜인지 모를 뿌듯함이 피어올라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작은 습관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람으로 정의되고 싶으냐면. 엄마가 몇 번이고 큰소리를 내야 겨우 몸을 일으키고 또다시 몇 번을 더 큰소리를 듣고 나서야 비죽 나온 입으로 이부자리를 개던 아이였지만 이제는 엄마 없이도 벌떡벌떡 일어나 스스로 이불도 잘 개는 어른.


이불을 개는 것은 방을 정돈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아침을 한결 산뜻하게 맞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어렸을 때 그렇게 싫어하고 힘들어하던 일이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오히려 기분 좋은 일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때의 감각을 떠올리며 스스로 성장했음을 느끼게 해주는 습관이고 과거의 나와 만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팔을 머리 위로 높이 쳐들어도 이불을 제대로 들지 못해 홀로 끙끙대며 이불을 갰었던 기억, 언니가 일어나기 전에 접기 쉬운 요를 먼저 접고는 언니에게 이불을 떠넘기던 기억, 이불 양 끝을 언니와 나눠 잡고 서로에게 다가가 이불을 반으로 접던 기억. 매일 아침 이불을 접는 짧은 순간 그 기억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어른이 된 내가 긴 시간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어렸던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며 스스로에 위로를 전한다. 이불 개기처럼 한때는 버거웠던 일이 어느 순간 쉬운 일이 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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