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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아 Sep 02. 2021

모하메드

나는 그 아이의 얼굴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아이를  하루 보았다. 그리고 그날 내가 찍은 사진 속  아이의 얼굴을 흐리게 뭉개느라 며칠 동안 모니터를 통해  얼굴을 봤다. 행여 인파 사이에 묻힌  아이의 얼굴을 놓쳤을까 사진들을  번이나 돌려보며  얼굴을 찾았었다. 사진   아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편하게 혹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몇몇 사진에서는  얼굴을 가려버리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밝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협박에 가깝게 신신당부를  것이니 어쩔  없었다.  아이의 인상이 강해서인지 혹은 내가 사진 속에서 주의 깊게  얼굴을 찾아다녀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얼굴을 절대 잊지 못할  같다. 선이 굵은 얼굴에 까무잡잡한 피부, 푸른빛을 반사하던 선글라스 때문에 보이지 않던 , 날렵한 하관에 밝게 웃으면 훤희 드러나는 하얀 치아, 굵게 땋은 레게머리.  아이의 눈을 보지 못했지만 나는  눈이 당연히 예쁠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글을 쓰기 전까지 나는 당연히  아이의 눈을 봤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시설물을 설치할 때 동네 아이들을 현장에 포함시킨다. 직업 체험도 하고 공공 활동에 참여도 할 수 있는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 아이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세 남자아이 중 한 명이었다. 나는 현장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업 마지막 날, 설치를 축하하는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그 자리에 갔었다. 현장을 생생히 담기 위해 무거운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쾌청한 날씨와 푸릇한 나무들에 사람들의 밝은 미소까지 어우러져 사진에 담고 담아도 성에 차지 않는 현장이었다. 바삐 사진을 찍던 중 설치 작업에 참여한 아이들이 친구들과 모여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는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고 싶은 마음에 냉큼 카메라를 턱밑까지 들어 올린 채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사이에 그 아이가 있었다. 내가 뷰파인더에 눈을 갖다 대기도 전에 그 아이는 한껏 인상을 쓴 채로 나를 바라보며, 그러나 위협이라기에는 서투른 말투로, 내 사진은 절대 인터넷에 올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들이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면 경찰이 얘를 잡으러 올 거라며 희희덕거렸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허풍이라 여겼지만 본인이 거부 의사를 밝혔으니 나는 그의 얼굴은 반드시 가리겠다고 약속하고 물러났다. 그 아이는 설치된 시설물에 붙을 명판에 본인 이름을 적는 것도 완강히 거부했다. 동네 어른들이 타일러도 절대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못 박아 말했다.


몇 주 후, 프로젝트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아이가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그 아이는 마약을 거래하는 조직에 몸담았으리라. 내가 그 아이가 사진을 거부하는 이유를 동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다들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었다. 마약 범죄가 고질인 프랑스 남부의 아이였다.


회사에서 명판에 그 아이의 이름을 넣을지 말지 의견이 분분했다. 세상을 떠났으니 그 아이를 기리기 위해서라도 이름을 적어야 한다는 의견과 본인이 원하지 않았으니 끝까지 존중해줘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겨우 며칠을 함께했던 우리가 감히 그 아이를 기리겠다고 그 아이의 의견을 반하는 것은 모순 같았다. 그러다 문득 그 아이에게 묻고 싶은 욕구가 불쑥 튀어올랐다. 그곳으로 돌아가 네가 죽었는데 그래도 이름을 남기기 싫으냐고 너무너무 묻고 싶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럴 수가 없기에 그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이 기가 막혔다. 생의 마지막이 이렇게 금방 예고도 없이 다가오리라 생각하지는 못했더라도, 그 가능성을 잊지 않고 있었더라면 그 아이는 명판에 이름을 남기는 것을 허락했을까. 그 아이는 후회하고 있을까. 아니,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날 내게 서투르게 협박하던 그 아이는 마지막 순간에도 그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을까. 그 순간에 어떤 눈을 하고 있었을까. 나는 그날 그 아이의 빛나던 얼굴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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