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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달 Sep 23. 2021

누군가를 이렇게 사랑할수 있음에.

“자기 앞의 생” 서평

이 작품을 논하기 전에 이 책을 쓴 작가인 에밀 아자르에 대해, 아니 로맹 가리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작가인 에밀 아자르는 로맹 가리의 필명으로, 1980년 로맹 가리가 권총을 입에 물고 자살 한 이후 그의 유서를 통해 밝혀졌다. 로맹 가리는 “하늘의 뿌리”로 세계 3대 문학상인 프랑스 공쿠르상을 수상한 이후,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발표한 “자기 앞의 생”으로 공쿠르 상을 다시 받아 중복 수상이 금지된 이 상을 두 번 수상한 유일한 작가가 되었다.

 

로맹 가리. 신은 이 사람에게 재능에 외모까지 주셨구나




이 소설은, 창녀들의 아이를 키워주는 로자 아줌마와 그 아이들 중 하나인 열 네 살 소년 모모의 이야기이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있는가”라는 모모의 질문이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그리고, 모모와 로자 아줌마의 서로뿐인 삶 자체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된다.

가진 것 없고 머리카락은 서른개 정도 남은 육중한 몸의 로자 아줌마와 더이상 보육료를 보내주는 사람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누군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물건을 훔치고 동냥을 하는 모모는 보잘 것 없는 인생이지만 서로를 사랑 한다.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에게 사랑할 존재 자체가 生, 살아있음이라는 의미에서 로자 아줌마에게, 모모에게 서로의 존재가 “자기 앞의 생”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한편, 모모는 죽어가고 있는 로자 아줌마를 파괴하는 것이 다름 아닌 生이라 생각하고 아줌마를 안락사 시켜주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생이 있기에 사랑하는 로자 아줌마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니, 모모에게 “자기 앞의 生”이란 가혹하고 고통스러우면서도 살아갈 이유 였을 것이다.

 

실제로 작가인 로맹 가리는 배달, 카페 보이, 호텔 프런트 직원 등을 거치며 살아왔고, 회고록에서 이렇게 털어놓는다. “내가 삶을 산게 아니라 삶이 나를 산 것이다” 우리는 삶의 주인이 아니라 그저 받아들일 뿐이라는 말이다.

결국, 모모와 로자 아줌마, 하밀 할아버지, 카츠 선생님, 롤라 아줌마, 왈룸바 아저씨 모두는 그저 삶이 그들을 살게 한 것 아닐까. 그리고 그 곁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뿐…

 

 나는 더이상 기웃거리지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내게는 한가지 생각 뿐이었다. 로자 아줌마 곁에 앉아 있고 싶다는 것. 적어도 그녀와 나는 같은 부류의, 똥 같은 사람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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