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의 앞자리가 4로 바뀌기까지 남은 시간이 딱 한달하고도 하루라니, 시간의 속도를 마음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빠른 2월생이라 한 학번 높지만 나이는 같은 남편 또한, 40이라는 나이를 앞두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40춘기를 함께 지나고 있다.
9년째 아들 둘을 함께 양육하며, 우리는 원팀이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체력적으로 서로를 서포트했다. 식사시간엔 번갈아가며 아이 안고 있으면서 밥 한술 뜨기, 통잠을 못잘 때도 번갈아가며 아이 재우며 쪽잠 자기 등. 서로가 육아 동지이자 파트너였다. 우리 둘의 유전자가 만들어낸 피조물인 아이들이니 그들이 한예민, 한까칠해도 업보려니 생각하고 우리가 감수할 수 밖에 없었고, 동시에 그 유전자가 조합된 녀석들이니 더욱 사랑스럽고 귀여웠음은 물론이다.
그런 원팀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도 아이들 케어에 손이 덜 가기 시작한 올해 무렵이다. 생떼쟁이였던 둘째가 유치원 생활에 드디어 적응을 하며 우리는 조금씩 우리를 돌아볼 수 있었다. 각자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며.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할 틈이 생겼다고 할까.
아이들 또한 자신들의 세계가 생기면서 엄마아빠의 손길을 조금씩 뿌리치기 시작한다. 특히 큰아이는 벌써부터 혼자 그림 그리고, 음악 듣고, 책을 읽는 시간을 즐기고, 엄마 아빠가 그 세계에 잠깐이라도 발을 들이라치면 단호히 거부한다. 이제는 아이들에게서 조금씩 우리에게로 중심을 옮겨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40이라는 나이를 앞두고, 나와 남편이 각자 또는 함께 잘 지내는 법을 만들어가야 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남편과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자.
생각해보면 아이와 잘 말하는 법에 대해서만 고민했지, 남편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저절로 될 거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남편과 찬찬히 대화한 적이 언제였더라... 되짚어보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이들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 회사 이야기, 가족들 이야기 등의 일부를 조각조각 토막 내어 잠깐식 이야기 나누었을 뿐. 정작 내가 관심있는 것, 남편의 생각, 각자의 상태에 대해서는 시간을 내어 이야기 나눈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항상 변죽만 울리고 있었을 뿐, 상대의 마음 한복판에 들어가본 적이 있었던가.
억지로라도, 핸드폰을 멀리하고 남편과 대화를 나누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핸드폰 안에서 각자를 웃게 해주는 누군가를 쳐다보지 말고, 바로 옆에 있는 각자의 눈을 바라보며 서로를 웃게 해주는 노력을, 하루 10분이라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둘째,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찾자.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남편은 집에 오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본인이 필요하지 않겠다 싶으면 슬그머니 혼자만의 동굴을 찾아 안방 침대로 향한다. 혼자 편안한 자세로 앉아 게임을 하거나 혼자 유튜브, 넷플릭스를 본다.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지만, 때론 서운하다. 모두가 혼자 즐기는 것들 아닌가. 넷플릭스로 혼자 미스터선샤인, 나의 아저씨, 도깨비 등을 봤다는데, 나는 속으로 외쳤다. ‘나도 드라마 좋아한다구!’
물론, 나 역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혼자 책을 읽고, 스우파를 보고, 산책을 하며 마음을 충전시키기에 남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렇게 각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 마음의 거리가 고착화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인이자 인생선배인 언니가 말했다. “우리 둘은 좋아하는 게 너무 달라서 각자 좋아하는 걸 해. 남편은 골프치고, 나는 친구 만나면서. 근데 자기야, 지금이라도 남편이랑 함께 할 수 있는 걸 찾아봐. 각자 좋아하는 것만 하다보면, 나중엔 정말 같이 할 게 없어.” 라고 말이다. 남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을 찾는 것, 40춘기의 숙제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애정 표현을 하자.
애정 표현도 하나의 습관인 것 같다. 운동 근육, 일 근육이 붙어야 나도 모르게 움직여지듯, 애정 표현도 몸에 익어야 하게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아닐까. 매일 스쿼트, 버피테스트 등 체력을 위한 운동을 하듯, 안아주기 1회, 다정한 말 3회 등 애정 표현도 부부 근육을 위해 필수 아이템으로 장착해야 한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위에 언급한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개적인 공간에 글을 쓰고 나면 선언 효과로 인해, 조금이라도 노력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내 브런치를 염탐?!하는 남편에게도 이 마음이 전달될 것 같아서 말이다.(보고 있지 여보야?)
남편이 어느 날 말했다. 선박에는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라는 게 있다고. 자신이 선박이라면 지금 자기 안에 평형수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균형을 잃은 것 같다고 말이다. 그리고 다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혼자서 평형수를 맞추려고 노력하지 말고 함께 맞추면 어떨까 하고. 기울어진 부분에 평형수를 서로 부어주면 그 선박은 더 멀리, 더 안정적으로 나아갈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나와 당신이라는 선박이 따로 또 같이 균형을 찾는 그날을 기다리며...
* 아래 글에서 힌트를 얻어 쓴 글입니다.
https://brunch.co.kr/@minah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