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은 출산이다 5. 출간 후 홍보
저는 아이 열명도 더 낳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가 키워주기만 하면요.
하며 웃던 먼 친척분의 이야기. 그때는 그 말의 뜻을 정확히 몰랐어요.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알겠더라구요. 출산의 고통은 육아의 그것에 비해 순간적이고 작은 고통이라는 것을요.
출간 계약을 하기 전 미팅 자리에서 편집자님이 하셨던 말씀도, 그때는 그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몰랐던 것 같아요.
요즘은 작가분들이 마케팅에 적극 참여 해주셔야 해요. 책을 쓰기만 하고 손을 놓으시면 안됩니다.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워보며 육아의 힘듦을 알게 되었듯,
출간을 하고 직접 부딪혀보니 그 말의 뜻을 절로 알게 되더라구요.
책 한권이 세상에 나오면, 오프라인 서점에도 진열이 되고 온라인 서점에서도 판매가 시작됩니다. 동시에, 내 책에 대한 성적이 매겨지기 시작하죠. 작가가 유명인이거나 출판사에서 주력으로 밀어주는 도서일 경우에는 걱정이 덜 되지만, 저처럼 책 하나 낸 작은 사람의 경우에는 '홍보'라는 것이 굉장히 마음의 큰 부담이었습니다. 제 이름이 새겨진 책이 2000권이나 있다는데, 그 숫자가 얼마나 무겁던지요. 책 한권을 출간하기 위해 출판사에서는 중소형 차 한대값을 투자한다고 합니다. 10년간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아무도 모르는 저라는 사람의 글만 보고 출판사에서는 어렵게 기회를 준 셈인데, 그 기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가만히 앉아서 책이 팔리기만을 기다릴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작은 인스타, 블로그, 인맥 등을 총동원해서 책 홍보를 시작합니다. 제 계정에 책이 나왔음을 알리고, 책 구매 인증 이벤트도 열었어요. 당시 제 인스타는 1500명 정도의 팔로워 분들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작은 소통창구가 그토록 소중하게 여겨졌던 적이 없었습니다. 책 계약을 하고 무엇에 홀린듯이 열심히 독서 하며 책스타그램으로 계정을 키워왔던지라 그나마 다행이었지요.
그렇게 책을 알리고 매일 온라인서점 판매지수와 판매랭킹, 리뷰와 별점을 찾아보는 시기였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에는 시시때때로 책 재고를 확인하며 한권이 팔릴 때마다 일희일비하곤 했지요. 사실은, 괴롭기도 했어요. 책을 낳기만 하면 끝일 줄 알았는데. 이게 왠 걸 책이 나오기 전보다 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곤 했으니까요.
지금 내가 이렇게 집에서 편안히 있어도 되는걸까.
그렇다고 나가서 책을 직접 팔수도 없는 노릇인데, 무엇을 해야 내 책을 알리고 키울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저 혼자 머리를 짜낸다고 되는 일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얼마전 중급한국어라는 책을 읽다가 그때 당시의 제가 떠오르는 구절이 떠올라 발췌해봅니다.
등단하지 못한 작가인 주인공이 첫번째 소설을 출간하고 난 후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어요.
책이 온라인 서점에 등록될 때까지 나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사이트를 들락날락했다. 마우스 버튼에 땀이 묻을 정도로 새로고침을 클릭하고, 이름 석자를 검색창에 쳐 넣었다. 그리고 마침내 엔터와 함께 내 소설이 화면에 나타났을 때 나는 소리를 질렀다. 그 후로는 그만두는게 아니라 그 과정을 반복하는게 일상이 되었다. 이름을 검색하고, 책을 클릭하고, 세일즈 포인트와 독자평을 확인하는 자동화된 과정의 반복. 놀랍게도 이틀만에 첫 100자평이 달렸다.
어떤 평이 달렸는지는... 책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ㅎㅎ
책을 키워야하는건 알게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는 몰랐던, 초보작가의 출간기. 이후 이야기는 다음 회에서 더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