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GX 이후 몸살과 파스를 얻은 나는 일보 후퇴를 택하고 러닝머신과 기구 운동을 하면서 몸을 헬스장에 적응 시키는 기간을 가졌다. 코로나 전에 PT를 했던지라 기구 사용은 어렵지 않았고, 그것보다 너무 오랜 기간 운동을 하지 않아 굳은 내 몸을 사용하는 일이 더 어려웠다. 그렇게 적응기를 가지고, 다시 도전한 GX!
이번에도 역시 바벨 운동이다.
언제나처럼 활기가 넘치는 어머님들이 앞자리를 선점하시고, 나는 그림자처럼 맨 뒷줄에 자리를 잡는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이번엔 너무 무리하지 않고 가늘고 길게 운동하는 것이 목표였다. 몇년씩 운동을 하신 어머님들을 보며 "나도 저 정도는 할수 있지" 하는 생각만 앞서서 내 몸에 맞지 않은 운동을 하다가 나가 떨어지는 것 보다는 내 컨디션과 상황에 맞게 적당히 운동을 하는 것이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GX 수업이 시작되었다. 1시간이 너무나 길고 힘들던 첫번째 도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쪼금 아주 쪼금 여유가 생겼고, 지난번보다는 덜 힘들게 느껴졌다. 하지만 저질체력이 왜 저질체력이겠는가. 우리는 항상 여분의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여기에서 에너지를 다 소진하다가는 운동 후에 후달릴 것이 뻔하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에너지의 70% 정도만 운동에 쓰기로 한다. 그렇게 나름 열심히 바벨을 들고 있는데 신나는 음악을 뚫고 나오는 선생님의 송곳같은 일침!
"우리가 공부를 할때도 집중을 해야되는 것 처럼, 운동도 집중을 해야돼요! 집중 안하는거... 티 안날 거 같죠? 여기서 보면 다 티나요. 누가 대충하고, 누가 열심히 하는지. 아까부터 설렁설렁 하는 사람이 있어요. 집중 안하고, 힘 다 안쓰는 사람! 거기!! 힘 줘요!!!"
나를 대놓고 가리키는 말은 아니었지만, 느낌이 빡 왔다. 저것은 나를 향한 말이라는 것을.
하아... 소싯적에 공부는 좀 했었는데. 이런 느낌이구나. 열등생으로 찍히는 것은...
어딜가나 선생님이라는 분들은 단상위에 올라가 있으면 누가누가 열심히 하는지가 다 보이나보다.
왠지 나를 향해 하는 말인 듯해서 순간 긴장이 확 되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도 잘하고 싶은데요.. 몸이 안 따라온단 말이에요. 선생님은 저질체력으로 살아보신 적 없으셔서 그래요."
라고 칭얼대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은 꾹꾹 누르고 몸을 더 열심히 움직여본다.
"그렇지! 그렇게 몸을 끌어올려요~! 어깨 힘 빼고! 코어에 힘주고!! 옳지!! 잘하고 있어요~"
역시.. 나였구나. 내 움직임을 보고 계신거였어.
심증만 있었던 상황은 확실하게 입증이 되고, 나는 그 이후 바벨 기계처럼 열심히 바벨을 들었다놨다 했다. 물론 그렇게 해야 운동이 되는건 맞다. 개인 운동이 아닌 그룹 운동이니만큼 선생님이 내 몸에 맞춰서 운동을 시킬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운동을 열심히 안하는 것처럼 보이는 나를 보며 힘이 빠지셨을 수도 있고. 그렇지만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건데..오래, 꾸준히 운동하고 싶어서 찬찬히 끌어올리고 싶은건데.. 조금 억울하긴 했다.
1시간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나는 수업에 필요한 도구들을 재빠르게 정리한 후 GX룸을 빠져나왔다. 그러고 나서는 한참동안 GX에 참여를 못하고 있다. 또 분위기를 흐릴까봐, 또 혼날까봐 걱정만 많은 소심한 저질체력은 오늘도 혼자 러닝머신과 사이클 머신 위를 오간다. 언제쯤 나는 GX를 몇개씩 하고도 일상을 활력있게 보내는 최강체력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저질체력은 낮아진 자신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