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의 힘
*이 글은 2017년 서른넷 어느 여름에 작성한 것입니다.
내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은
다른 사람의 글을 만지는 일을 하면서 오는 결핍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도 이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믿음이 있었다.
만약 이걸 책으로 내게 되면...
어느 출판사와 하는 게 좋을까?
받아주기는 할까? 투고하면 될까?
매일 수십 부의 원고를 받았던 입장에서
갑자기 시험대에 오르는 입장이 되어보니,
원고를 쓰는 순간부터 출판사에 넘기고 얼굴도 모르는 편집자에게
반려 메일을 받는 그 과정이 설레면서도 두려운 일이겠다는 게 이해가 갔다.
그러다 문득,
‘내 책은 누가 편집해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편집자니까 내 글도 내가 편집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글을 좀 더 다듬고, 구성을 좀 더 깔끔하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나도 내 원고를 가감 없이 평가해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이 원고의 장점을 알아봐주고, 가치가 있다고 믿어주는 사람,
이 원고에서 보완해야 되는 점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
그러면서도 독자에게는 이 책이 왜 필요하며,
나무와 환경에 빚을 지면서까지 이 책이 나와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역으로 나에게 설득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나도 보지 못했던 이 원고의 가치를 알려주고,
이 글이 어떤 독자의 어떤 마음을 어루만져줄 것이라고 확신해줄 수 있는 사람,
나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믿어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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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나는 어떤 편집자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나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