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르고 나온 방이 신경 쓰이는 이유

by 변민아

*이 글은 2017년 서른넷 어느 여름에 작성한 것입니다.




10대 때부터 오늘이 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참 자주 했었다.

외출할 때 지금 이 방의 모습이 내가 남긴 마지막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신발을 벗고 들어가 벗어던진 양말과 이불을 정리하고 나온 적도 꽤 있다.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적어도 미어지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내가 살던 공간을 찾아온 소중한 존재가

먼지와 뒤엉켜 뒹굴고 있는 양말까지 신경 쓰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예민한 배려랄까.


죽음이 곧 생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기 위한 연습 같은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 해왔기에 습관화된 매일의 작은 의식과 다름없다.


따라서 집을 어지르고 나온 날은

계속 그게 마음에 쓰인다.

밖에서 보이는 모습보다 때로 내가 남긴 모습이 더 신경 쓰이는 것이다.


굉장히 골치 아파 보이지만, 이런 예민함은 그래도 계속 갖고 가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전을 공유한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