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날에

by 나미

9월 8일 휴무일, 그날은 몸과 마음이 모두 고단한 날이었다. 추석 연휴 전날이었고 추석 연휴 내내 일을 해야 해서 부모님을 뵈러 서울에 갈 수 없었기에 우울한 날이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그런 거라 부모님도 이해하시는 부분이지만 섭섭함은 있으실 테고 그 섭섭함이 나에게도 있기에 슬픈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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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전환으로 커피를 마시러 다녀오자고 마음먹고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위로가 절실한 내 눈에 띈 책은 우지현 작가의 그림 에세이 <나를 위로하는 그림>이다. 책과 더불어 노트, 다이어리, 필통을 챙겨서 집 근처 스타벅스에 도착했다. 가을 한정 원두인 '탄자니아 루부마'가 오늘의 커피 원두길래 클래식 스콘을 곁들여 주문을 했다. 커피 한 모금에 스콘 한 입에 위로를 받고 책장을 넘겼다.


우리는 수많은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착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강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더 많이 사랑받기 위해, 참고 또 참으며 하루하루를 견딘다. 끝 간 데 없는 시련들 속에 어떻게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절박하게 몸부림친다. 살다 보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엄청난 불행이 한꺼번에 휘몰아칠 때도 있고 때로는 왜 살아야 하는지 몰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잊어버릴 때도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슬픔을 겪어야 하는지 알 수도 없고,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소용없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 내가 찾은 것이 그림이다.

- <나를 위로하는 그림> 프롤로그



책의 첫 문장을 읽으면서부터 내 마음은 사르르 녹았다. 녹은 마음은 눈가에 고여 또르르 흘러내렸다. 애써 참았던 그래서 단단하게 굳었던 마음이 녹아서 흘렀다. 마음의 고단함이 조금씩 씻기는 듯했다. 나는 그림을 보는 법을 잘 모르지만 전시회에 가는 걸 좋아한다. 그림을 보는 건 분석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 말하는 작가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 글도 그림도 작가의 의도보다 강한 건 읽고 보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니까 말이다. 바쁜 일정이 뒤에 있었기에 30여분의 시간밖에 읽지 못했지만, 그마저도 천천히 음미하느라 몇 장 넘기지 못했지만, 그걸로도 충분히 위로받았던 시간이었다. 작가가 위로가 필요할 때 그림을 찾듯이 나는 위로가 필요할 때 커피와 책을 찾았다. 이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었는데 잠시 잊고 있었다. 내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건 나 밖에 없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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