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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 Aug 14. 2023

A팀장의 퇴사가 나에게 끼친 영향

새 스위치는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몰라.


A팀장 님 이달까지 일하고 그만 두신대요.


코로나로 변한 세상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받아들인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됐을 때였다. 회사의 원년 멤버 중의 한 명이 퇴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15년 째 재직 중이었고, 종종 퇴사를 이야기 했지만 말만하고 만 적이 많아서 진짜 퇴사를 할 줄 몰랐다. 나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몸이 바르륵 떨렸다.


12년 간 다닌 이곳에서 수명의 사람들이 입사를 하고 퇴사를 했지만 내게 타격을 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내게 그들의 입퇴사는 그러려니로 치부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단지 나보다 더 오래 다닌 사람이 이직을 위해 퇴사를 하기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단순한 이유다.


A 팀장이 퇴사를 한 후 2명이 더 퇴사를 했다. 그리고 내가 마음을 많이 준 함께 일할 때 너무도 즐거웠던 J도 이직 준비를 한다고 밝혔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응원한다고 잘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J는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매니저 님, 그거 아세요? 저한테 매니저 님은 팀장 님과 같은 존재였어요.
네? 제가요??
네! 매니저 님과 이야기를 하면 제 좁은 시야가 확장되는 느낌을 자주 받거든요. 항상 배우려는 열정과 배운 것을 나누려는 애정과 그 와중에도 선을 넘지 않는 센스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 마음속으로는 늘 팀장 님이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나는 J의 과분하고 세심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고맙다고 말하며 나의 행동과 말에서 영감을 얻어낸 것은 J 씨의 능력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나의 무엇이 어떤 면이 그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궁금해졌다.


'평생직장의 시대는 끝났다',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언제 어디서 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땐 그냥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걸 실감 나게 느낄 수 있게 한 사건이 바로 A팀장의 퇴사였다. 게다가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함께 일하기 좋은 동료들이 연달아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되니 내가 있는 곳을 예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됐다.


누군가 함께 있다 떠난다면 이 자리가 내겐 맞고, 떠나는 이에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면 내가 머무른 자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혹시 내가 여기 머무르기 위해 멈춰버린 것은 아닌지 말이다.


사진: UnsplashMareks Mangū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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