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글
[편의점 인간]
편의점 점원은 될 수 있어도 보통 인간은 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후루쿠라 게이코다.
꼬꼬마 때부터 남달랐던 아니, 이상했던 그녀는 성장하면서 깨닫는다.
본인은 필요한 말과 시키는 행동만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런 그녀는 지금 인간이라는 가면을 쓸 수 있는 곳, 편의점에서 18년째 일하고 있다.
어째서 18년 동안이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영수증이요! ”
점장이 시킨 대로만 말하면 된다. 계산법과 진열법에 따라 손을 움직이면 되고 식사시간과 교대시간에 따라 몸을 움직이면 된다. 지침서대로만 행동하면 누구도 그녀를 이상한 사람이라 의심하지 않는다. 이물질이라고 수군거리지도 않는다.
그녀에게 편의점은 단순 직장이 아니다.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처이자 그녀를 살게 하는 산소통이다.
대학과 취업, 연애와 결혼이라는 세상이 만든 규격에서 벗어나 있는 그녀가 편의점에서만큼은 보통 생물체가 되어 말하고 숨 쉴 수 있다.
‘아, 나도 세상 톱니바퀴 속 부품이 되어 제 기능을 할 수 있구나’
편의점에 있을 때야 비로소 그녀는 자아를 찾는다.
보편적인 기준을 쫓아가지 못하는 또 한 사람이 있다.
모태솔로에 사회 부적응자요, 손님과 점원을 줄줄이 스토킹하며 불평과 불만만 입안 가득 달고 사는 시하라군.
번듯한 직장은 고사하고 아르바이트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그는, 가족에게는 늘 아픈 손가락으로 사회에서는 낙오자이자 인생 패배자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넌 도대체 결혼은 안 하니?”
“왜 아직 편의점에서 알바만 해?”
만나는 사람마다 결혼과 직장을 물으며 무리 밖에서 겉돌기만 하는 그들을 질책한다.
‘정말 사람들 간섭에서 도망쳐 버리고 싶어...’
정상 궤도에서 이탈해 있는 이 두 사람은 타인이 보내는 비아냥과 간섭을 피하고 싶어 ‘무늬만 동거’를 시작하는데...
세상이 짜 맞춘 규격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탈자로 낙인찍어 버리는 사회를 향해, 그리고 보통 인간이라 칭하는 우리를 향해 후루쿠라와 시하라는 물음표를 던진다.
‘과연, 당신들이 정의하는 인간다운 삶이라는 게 도대체 뭡니까? ’
편의점 점원으로 살 수밖에 없는 그녀를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은밀함에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현대사회를 풍자하는 재치와 통렬함까지 담았다.
이 책이야말로 진정 웃(기고 슬)픈 이야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