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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성 Jun 14. 2020

시와 다짐

오늘의 다짐

오늘 종일 ‘다짐’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는데, 결국엔 ‘시’에 대한 생각으로 옮겨갔다, 기 보다… 둘 다 생각하게 됐다. 첫 시집 출간된 게 2011년이니까 햇수로 10년 된 건가? 물음표를 적은 건 안 믿겨서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게 안 믿기는 게 아니라, 두 번째 시집을 아직도 출간하지 못했고, 그게 낯설다. 두 권 정도는 더 나왔어도 될 텐데. 나보다 첫 시집을 늦게 출간한 작가들도 벌써 세 번째, 아니 네 번째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으니까. 

나는 왜 이러고 있지? 출판사에서 출간을 거절당한 건 아니다. 거절 같은 걸 당할 이유가 없다. 투고 자체를 안 했으니까! 시간이 없어서 작품을 못 썼다고 말하는 것도 충분한 설명은 안 된다. 시 쓰는 게 싫어졌다거나 시와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거나, 이런 것도 다 아니다. 그런데 왜? 그러게, 나, 왜? 두 번째 시집 원고는 거의 마무리되었다. 후반 작업 중인데, 본질적인 후반 작업은 바로 이 질문에 내가 스스로 대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그런 거 같다. 논리적 이유 같은 건 없다. 내가 납득이 안 돼서 그래.  

왜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 아니, 걸릴까? 그러니까 내가 오늘, 그리고 최근, 사실은 꽤 오래전부터 나에게 하던 다짐은, 무엇을 하겠다, 무엇을 이루겠다,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시’ 자체다. 내가 모르는 내가 많고 넓은데, 그 와중에 분명히 알고 있는 작고 좁은 것이 바로 시라는 다짐이다. 그러니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사실은 아무것도 다짐하지 않은 거니까. 나에게 시는 단어 그 상태로 남아 있다. 


- 그래서 우성아, 이제 무슨 다짐을 할 건데? 

- 모르지. 그걸 모르니까 더 나아가질 못하지. 남들은 저 앞에 가 있어. 그런데 저 앞에 가 있는 동료들아, 우리는 시로 뭘 다짐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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