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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성 Jul 21. 2020

부상

오늘의다짐

어느 날 무릎이 아팠다. 계속 달렸다. 병원에 갔다. 큰 문제 없다고 했다. 염증이 생겼으니 쉬면 된다고. 1년을 쉬었다. 치료를 정확하게 잘했다면, 금방 나았을 것 같다. 병원이 완벽하지 않다는 건 살면서 누구나 알게 되는데, 아프면 믿을 게 병원밖에 없다. 

아파서 덜 움직이다 보니 근육이 소실됐고, 그래서 더 아팠다. 한쪽 무릎이 아파서 다른 쪽 무릎으로 버텼더니 그쪽 무릎도 아팠다. 결국 양쪽 무릎이 다 아팠다. 1년 동안 달리지 못했다. 

처음 통증을 느꼈을 때로 돌아간다면, 무작정 병원만 다니며 쉴 것 같지는 않다. 치료 방법이 꼭 그런 것만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우물쭈물하는 사이 시간이 간다. 지나가고, 또 한참이 지나가야, 깨닫는다. 나는 그런 편이다. 그러니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결국 또 우물쭈물하는 사이 시간을 흘려보내려나… 아니야, 절대 아닐 거야. 그렇다고 하면, 슬프니까. 

1년은 긴 시간이다. 많이 살아야 100년 사는 거잖아. 무려 100/1이다. 인생의 100/1 동안을 원치 않는 모습으로 산다는 건… (원하는 모습으로 사는 순간이 있기나 한 거야?) 아… 어떻게 버텼니, 우성아. 시간은 흘러가니까… 

그런데 신기하다. 달릴 수 있게 되자 달리지 못했던 날들을 잊었다. 지금 달릴 수 있기 때문에? 현재를 기억하고 현재를 누리는 게 행복하게 사는 방법일까? 현재를 붙들고 만끽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과연 있을까…? 하지만 어떻게 현재에 만족할 수 있지? 좋은 순간들은 모두 미래에 있다. 내가 어리석기 때문이다. 그 미래를 향해 가려고 달리는 것일까? 나는 영원이 닿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재를 사랑하라는 말은, 현재를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과 비슷하겠지. 삶은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생각이 없다. 결국 모든 건 내 몫이라는 결론에 닿는다. 다행히 나는 나의 100/1의 시간을 사랑하였다. 부상에서 회복하고 자유롭게 달리는 모습을 꿈꾸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달리지 못하고 머무르는 시간 역시 소중하게 받아들였다. 애인과 꽃구경을 가거나 작은 마을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런 시간을 자주 길게 누렸다. 

어느 날 무릎이 괜찮았다.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전처럼 달릴 수는 없었다. 무엇인가 잃은 것 같은 기분이, 시간이 갈수록 들었다.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 찾고 있지도 않다. 아프기 전에 달리기를 멈추거나 아프기 전에 아프지 않게 달리는 방법을 배워야 할까? 쉬는 소중함에 대해 말하려는 게 아니다. 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어떤 일은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그게 특별한 일이 되기도 하고, 사소하게 잊히기도 한다. 그저…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고 느낀다. 남아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      언제든 다른 방법은 있어. 모든 일이 아마… 그렇지 않을까? 

-      응. 힘들다고 멈출 수 없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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