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자음자 우산

- 때죽나무 꽃 2

by 미나뵈뵈


오늘은 비 오는 휴일 오후입니다.

향기 그윽한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기 위해 카페로 향합니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우산을 쓰고 카페에 왔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카페문을 나섭니다.

빗방울이 더 굵어졌습니다.

우산을 펼칩니다.

가벼운 티셔츠 하나만 걸치고 왔더니 몸이 움추러듭니다.

'겉옷을 하나 걸치고 올 걸 그랬어' 생각하며 집으로 향합니다.


집에 돌아와서

따뜻한 온수찜질팩을 배에 올려놓고

한숨 잡니다.




이 이야기는 '빗속 사람 그림검사'에 그린 나의 그림에 대한 설명이다. 이 검사는 개인이 느끼는 스트레스 정도와 대처 방안을 가늠하는 심리검사의 일종이라 한다.


올해 우리 학년 각 반에 집단상담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셨던 예술치료사님이 학년 교시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해 주셨다. 이 연수에서 우리는 이 검사를 해 본 것이다.


이 검사에서 비의 굵기나 양은 스트레스의 정도를 나타내고, 비에 대처하는 방안은 개인마다 다르게 표현된다고 하셨다. 우산이나 장화, 우의 등이 있는 사람, 건물 밑으로 피하는 사람,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 등... 나의 그림에서는 우산이 나의 대처방안으로 표현되어 있다. 스트레스가 제법 있는 편이지만, 그것을 대처할 방안도 가지고 있는 편이라고 해석해 주셨다.


연수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 나의 스트레스 대처방안이 되어주는 것들을 한글 자음자 ㄱ부터 ㅎ까지 써서 적어보기를 권하셨다. 자음자마다 바로 떠오르는 것 한 두 개, 시간이 좀 지나 떠오르는 것들도 있어 여기에 기록해 본다. 4주 전에, 때죽나무 꽃을 소재로 한 글에서는 주로 나에게 또는 내가 누군가에게 우산이 되어주는 '사람들'에 관해 썼다. 이번 글에서는 나에게 우산이 되어주는 '물건이나 행위'에 초점 맞추어 나열해 본다.





< 나의 우산이 되어주는 것들 >


ㄱ- 기도하기, 감사목록 적기, 걷기

ㄴ- 남편과 통화하기, 나무와 나뭇잎 바라보기

ㄷ- 다정한 말 듣기, 도서관 찾기

ㄹ- 라디오에서 찬송 듣기, 레몬티 마시기

ㅁ- 말씀 읽기, 마사지받기

ㅂ- 브런치에 글 저장해 두기, 비교하는 마음 내려놓기

ㅅ- 사각사각 단감 먹기, 샤워하기(따뜻한 물로)

ㅇ- 일기 쓰기, 여행하기

ㅈ- 주 예수님의 이름 부르기, 조용한 시간 보내기

ㅊ- 치즈케이크 먹기, 책 읽기

ㅋ- 커피 마시기, 카메라로 사진 찍기

ㅌ- 토마토 주스 갈아 마시기, 텃밭에서 자라는 식물 관찰하기

ㅍ- 파란 하늘 쳐다보기, 파스 붙이기(핫파스)

ㅎ- 하나님의 사랑 떠올리기, 환대가 넘치는 가정에 초대받기




우리 삶은 각 개인의 삶의 장면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러 종류의 스트레스(압력, 버거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에 대처할 수 있는 나만의 '우산'을 갖춘다면 또 때로는 나의 노력 없이 값없이 주어지는 것들을 누린다면, 주저앉지 않고 계속 나아가며 삶을 살아내게 될 것이다.


한글 자음자 우산 목록을 기록하다 보니, 나의 삶을 둘러싼 '우산'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참으로 감사하다.


독자님들도 한 번 적어보시겠어요?




* 연재일보다 하루 늦게 발행하게 됨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