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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과 해바라기꽃

- 노란 꽃들의 향연

by 미나뵈뵈


중국 옌타이 근교 농가 쪽에 매력적인 카페가 하나 있었다. 학기 중에 달력에 빨간 날이 있으면, 동료샘들과 찾아가 힐링을 하고 왔던 곳이다.


이곳은 주변 농가의 지붕 낮은 콘크리트 건물들, 비슷비슷한 단조로운 색깔의 집들과는 대조적으로, 세련되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카페 건물뿐 아니라 마당에 세운 간단한 건물은 어디에 선다 해도 주변의 자연과 어우러져 포토스폿이 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이곳은 카페라고도 불리고 농장이라고도 불린다. 카페에서 음료와 맛있는 식사를 판매할 뿐 아니라, 넓고 넓은 땅에 배나무를 가득 심어 배나무 과수원도 있고, 배나무를 심지 않은 땅에는 계절마다 어울리는 꽃이나 작물을 심어 재배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배꽃은 4월 초순이면 피기 시작해 1~2주면 진다고 하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배꽃을 본 적은 없다. 배꽃이 필 무렵에 방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어린 배를 감싸놓은 갈색 종이가 배나무에 주롱주렁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샘들과 함께 방문했던 것은 5월 초였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 산책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와 널따란 밭을 향해 걸어갔을 때, 우리 앞에 ‘노란 유채꽃의 향연’이 펼쳐졌다. 햇살이 좋아 그 노란 꽃들은 더욱 눈부셨다. 젊은 선생님들을 꽃밭에 서게 해 사진을 찍어주기 바빴다. '여러분의 젊음이 이 꽃들과 무척 어울립니다' 하며. 남편이 근접촬영한 사진은 유채꽃에 날아든 꿀벌까지도 담았다. 내 머릿속 필름에도 여전히 눈부심으로 저장되어 있다.




해바라기꽃을 본 것은 7월 초였다. 시간적으로 따져보면, 유채꽃을 본 때가 더 나중 일이다. 그 이전해 7월에 우리가 이곳을 방문하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해바라기밭에 반하여 이듬해 다시 찾은 것일 수도 있다. 다른 결의 노란 눈부심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예상치 못한 채.


해바라기 밭이었다. 굵은 줄기로 곧게 서서 넓은 잎을 키워내며 끝없이 끝없이 빽빽하게 심겨 있던 해바라기. 7월 초라서 꽃이 많이 피지는 않았었다. 그래도 일찍 개화한 얼굴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밭고랑 사이를 걸어보았다. 내 어깨높이의 해바라기 숲 속으로 깊이깊이 들어가 보았다. 이 꽃들이 만개해서 절정에 이르렀을 때를 상상해 보라. 황금물결이 아니겠는가? 몇몇 꽃들만 보아도 진노랑으로 물들어질 이 꽃밭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그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황홀했다.

이 매력적인 카페에서 만난 눈부신 노란 꽃들의 향연 덕분에, 텃밭에서 자라나는 유채꽃을 보아도, 지나가다 화분에 심겨 자란 해바라기꽃을 보아도 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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