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붙들어

- 일상 스케치 3

by 미나뵈뵈

세수하다가

감은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리다가

샤워하다가 문득,

젖은 몸을 닦다가,

욕실을 나오다가 불현듯,


실낱같은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지나간다.

그것을 영감이라고 부른다면

놓치지 않으려고 조심히 붙잡는다.

그 한 문장이나 한 구절, 때로는 한 낱말을

손에 잡히는 무엇에든 적어둔다.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퍼즐 한 조각을 놓는다.

제목 한 줄.


하루 이틀, 때로는 일주일이 지나

또 한 퍼즐을 놓는다.

미리 써 둔 제목과 관련된 단상 두세 문장.


어느 주말이 되면

시간을 들여 집중해

여러 퍼즐을 놓는다.

시작해 둔 문장으로부터

뼈와 살을 채우고 마무리한다.


퍼즐의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난다.


하루 이틀 지내면서

문장을 다듬는다.

낱말이나 표현, 문장 내 낱말의 순서 등을

바꾸거나 새로 추가하기도 한다.


이제 됐다.

이 정도로 끝내자.

배출해 내고 싶은 상념이 다 나왔다.


한 줄기 실낱같았던

영감을 붙잡아

추억 퍼즐 한 조각,

그리움 퍼즐 한 조각,

어제와 오늘의 경험 한 조각을

모아 모아

퍼즐 한 판을 완성했다.


한 줌의 재와 같았던

영감을 붙잡아

자판을 두드리며

뿌리기 시작하니

빈 스크린에

한 편의 글이 펼쳐졌다.


티끌에서 시작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구체적인 형상을 갖춰

제 모습을 드러낸

작은 글 한 편이


내가 출산한 아이 한 명처럼

매우 특별하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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