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스케치 2
<2025. 6.1>
횡성에 가게 되어, 오랜만에 모가 심긴 물 댄 논을 보았다. 연두색 개구리밥이 물에 둥둥 떠있고, 이제 꼬리를 낸 올챙이들이 부지런히 그 사이을 헤엄쳐 오가고 있었다. 찰랑찰랑 물 위로 가지런히 줄 선 모의 키는 약 15센티 정도...
오랜만에 밭에서 일을 해 보았다. 마늘밭에서 마늘쫑을 뽑았다. 끊기지 않고 쏙 빠져나오도록 잘 뽑으려면 요령이 필요하다. 왼손으로 마늘쫑 가장 아랫부분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살짝 힘을 주어 쭉 빼내면 된다. 잡아당기다가 똑 끊어져 버리면 허리 잘린 느낌이 든다. 매끄럽게 잘 빠져 나오면 희열이 느껴진다.
얼마 만에 바라보고 체험한 논과 밭인가?
어릴 적 농사짓는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서 자라서 논과 밭은 나에게 익숙한 풍경이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집을 떠나 도회지에서 생활한 지 어언 30여 년. 반가우면서도 아련한 기억 속에 있는 풍경이다.
일하시는 부모님께 새참을 가져다 드리러 언니 뒤를 따라갔던 논둑길, 밭둑길. 무성히 자란 잡초 사이를 지나가면 날카로운 잎 가장자리에 발목이 긁히기도 하도, 풀잎에 남아 있던 아침 이슬에 슬리퍼 신은 맨발이 축축이 젖었던 길. 똬리 틀고 감겨있던 뱀을 보고 기겁해서 도망갔던 길. 그때 이후로 늘 또 뱀이 나오지나 않을까 심장을 졸이며 걸었던 길.
자식들 위해 허리 아픈 기색 한 번 안 하시고 뙤약볕 아래서 묵묵히 일하시던 내 부모님은 이제 내 곁에 계시지 않으나, 그들이 뒷바라지하여 성장한 내가 여기 그들의 일터 앞에 서서 그분들을 추억하고 있다. 그들은 논과 밭에서 자식들을 위해서 일하셨고, 부모가 된 나도 나의 자녀들을 위해 도심 속 나의 일터에서 수고하고 있다.
먼 훗날 나의 자녀들이 나를 떠올릴 때 나의 어떤 모습을 추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