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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멈추고

- 에필로그

by 미나뵈뵈

집에서 일터까지 1.4킬로 정도 된다.


아침엔 마을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퇴근할 땐 걷는다.


대로변을 따라 걷다가

마지막 신호등을 건너면

골목길을 이용한다.


걷다가

주택마당이나 가게 앞에 단장된 작은 화단,

건물 앞에 내어 놓은 화분이 있으면 잠깐이라도 눈길을 준다.


감나무, 튤립, 데이지, 이름은 모르지만 신기하게 생긴 여러 예쁜 꽃들...




작년과 올해 똑같은 자리에서 발견한 두 종류의 식물 이야기로 <내가 사랑한 꽃 이야기> 시리즈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왼쪽 식물은 작년 요맘때쯤, 오른쪽 식물은 올해 며칠 전에 찍은 사진이다.

이 식물이 자라고 있는 곳은

*<그린 파킹 담장 허물기 참여주택>이라는 팻말이 걸려있는 어느 다세대 주택 앞마당의 담벼락이다.

그 앞마당은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주차공간 부족 문제의 해소를 위한 이 프로젝트로 주차공간도 확보하고,

공개된 담벼락에 멋진 식물도 심어 지나가는 사람의 눈에 즐거움도 선사해 주니

참 좋은 일 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아이디어를 낸 구청 관계자, 프로젝트에 참여한 집주인, 화분을 내다 놓은 람 모두.


왼쪽 식물은 연둣빛 공처럼 부풀어있는 둥글둥글한 열매가 신기해서, 또한 아이보리 빛 담장을 타고 싱싱하게 뻗어 나가고 있는 모습이 대견해서 찍었다. 이름이 뭘까 검색해 보니 '풍선덩굴'이라고 불리는 식물이다. 모양새와 자라는 특성에 잘 어울리게 이름이 지어진 듯하다.


오른쪽 식물은 하얀 벽을 배경으로 핀 분홍꽃이 예뻐서 찍었다. 이 꽃은 이름을 알고 있는 듯하다. '접시꽃'.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 제목이 즉시 떠오른다. 꽃잎 질감이 미술재료 중 얇은 주름지처럼 보인다.

사랑스럽다고 해야 할까?

참하다고 해야 할까?

사랑스럽고 참한 새색시 같다고 해야 할까?




앞으로도 언제든 나는

길을 가다가 자주 걸음을 멈출 것이다.


걸음을 멈추고

나를 멈추게 한

그 식물을 그윽이 쳐다보며

그 식물이 풍기는 매력을

폰에도 담고

내 마음속에도 담을 것이다.


<내가 사랑한 꽃 이야기 2 >는

마음과 폰에 담은 것들이 많이 쌓여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할 때

다시 시작될 것이다.




* 관련기사

https://www.siju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836

마포구, 담장 허물고 주차장 조성 시 비용 지원 (시정일보, 2019.0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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