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살아본 발리의 동네들
발리 한 달 살기를 계획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나는, 발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발리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도 몰랐고, (부끄럽지만) 섬이라는 사실조차 이번에 제대로 알았다. 여행작가로 살고 있지만 가 보지 않은 곳에 대해서는 나 역시 모른다.
발리 한 달 살기 경험이 있는, 아는 동생에게 물었다.
“발리는 어떻게 여행해야 돼?
너희는 주로 어디에 머물렀어?”
동생은 사누르에 베이스캠프를 잡고, 다른 지역들을 둘러볼 땐 그때그때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했다.
뭐?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고?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주 이동 수단이 택시라고? 처음엔 조금 의아했다. 하지만 막상 가 보니 그 말이 이해됐다. 동네와 동네 사이 거리가 꽤 먼데 비해 시내 버스 같이 촘촘하게 연결된 대중교통망이 거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동이 개인 차량이나 오토바이, 택시에 의존한다.
놀라웠던 건 지역 간 이동뿐 아니라 같은 동네 안에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몇 킬로미터 남짓한 거리라도 걸어가기엔 덥고, 대중 버스 같은 건 아예 없다. 결국 카페를 옮겨 갈 때도, 맛집을 찾아 갈 때에도 자연스럽게 택시 앱을 켜게 된다. 발리에서는 택시(그랩)가 사실상 대중교통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자!
발리는 생각보다 큰 섬이다. 제주도의 세 배쯤 되는 크기인데, 지역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발리에서는 어디에 머무느냐가 꽤 중요한 선택이 된다. 아이의 영어캠프를 알아보며 구글맵을 켜 두고 유튜브와 블로그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발리 섬의 윤곽과 지역별 특징을 이해하는 데 이틀 정도가 걸렸다. 우붓, 짱구, 꾸따, 사누르, 울루와뚜… 지도 위에 흩어져 있던 이름들이 조금씩 위치를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발리 어느 지역이 좋았냐”고 묻는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단순하다.
사실 이 질문엔 하나의 정답이 없다.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에 따라 추천할 지역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바다를 좋아하는지, 숲을 좋아하는지, 요가나 명상 같은 힐링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아니면 서핑이나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처럼 바다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지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을 돌아보면 내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곳은 두 군데였다.
마을 전체가 초록으로 둘러싸여 있고, 요가센터와 명상 공간, 건강식 카페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하루가 조금 느린 속도로 흐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녹색의 공간에서 잠시 쉬어 가는 느낌,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낼 수 있는 장소다.
우붓에서 차로 두 시간 반 정도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닿는 해안 마을로, 발리에서도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다. 관광지 느낌은 거의 없고, 조용한 해변 마을에 가깝다. 숙소 앞 바다에 들어가면 바로 스노클링을 할 수 있고, 물속에는 물고기가 가득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몇 걸음만 걸으면 바다에 닿을 수 있는 동네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방식으로 하루를 채울 수 있는 곳.
발리는 한 번의 여행으로 모두 알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숲이 있는 발리도 있고, 바다가 있는 발리도 있고, 서핑과 카페로 가득한 발리도 있다.
한 달을 머물렀지만 모든 동네를 다 가 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내가 직접 머물러 보고, 걸어 보고, 시간을 보내 본 곳들 중에서 추천하라면 오늘 소개한 두 곳이다. 숲 속에서 천천히 살아볼 수 있는 우붓, 그리고 바다와 가장 가까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아메드.
다만 아메드를 베이스캠프로 잡으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주변 여행지로 이동하기엔 발리의 중심 지역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바다였던 점은 분명하다. 숙소 앞에서 바로 물속으로 들어가 스노클링을 하고, 하루 종일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나에게 이번 발리는 이 두 곳의 풍경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숲의 초록과 바다의 푸른빛, 서로 다른 두 풍경이 이번 발리 한 달 살기의.시간을 꽉 채워주었다.
*업데이트 : 화, 금
겨울방학 동안 발리 한 달 살기를 마치고 돌아왔더니 주변 엄마들이 물었다. "발리 어땠어", "영어 캠프 괜찮았어?", "총 얼마 들었어?" 등등… 그래서 친구들의 질문에 답을 하듯, 직접 경험한 발리 한 달 살기를 하나씩 정리해본다.
발리 장기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는 참고가 되고,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낯선 섬에서 보낸 한 달의 에세이 같은 기록으로 읽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