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이곳에 돌아온 이유
“아, 이제 얼른 한국에 돌아가서 아이들이랑 꽁냥꽁냥해야지.
멀어도 얼른 가자!”
여느 때처럼 나는 비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긴 여정이지만, 오늘은 또 어떤 승객들과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지 설레는 마음을 안고 탑승했다.
탑승 인사를 했고 내 담당존에 있던 한 백인 승객이 눈에 띄었다.
“Mr. M” — 키가 크고 덩치도 있었지만, 왠지 귀엽고 따뜻한 인상이었다.
한국을 경유해 동남아 여행을 간다며, 처음 떠나는 여행이라 무척 설렌다고 했다.
와인을 테이스팅 하며 웃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의 설렘은 나에게도 전해졌다.
하지만 그 비행은, 나의 14년 서비스 인생에서 처음으로 ‘이별’을 마주한 비행이 되었다..
첫 번째 서비스가 끝나갈 때쯤이었다..
옆자리에 앉았던 승객이 그의 이름을 다급하게 불렀다.
“Hey! Sir!!! Can you hear me?!!”
나는 놀란 마음에 달려갔다…!!
기내에서 깊이 자는 외국인 승객을 자주 봤기에,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었고, 숨이 막힌듯한 호흡을 내쉬었다.
나는 바로 ‘응급환자 발생입니다!!’ 하고 크게 외쳤다.
몸은 자연스레 훈련받은 대로 움직였다..
의식을 잃은 그를 바닥에 눕혔고, 기내 응급 장비와 의료인을 찾기 위한 방송이 울려 퍼졌다.
승무원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소통했고, 각자의 역할을 정확하게 수행했다..
지상 응급센터와 교신하며, 할 수 있는 모든 처치를 이어갔다.
“제발…” 우리는 모두 그렇게 속으로 외치며, 돌아가며 심폐소생술을 반복했다.
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그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주인 없는 그의 가방 속에는
여름휴가를 기대하며 준비한 새 비치웨어들이 고이 접혀 있었다.
그 옷들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메어왔다.
나는 랜딩 하는 내내 기도했다…
‘Mr. M, 끝내 당신을 되돌리지 못해 미안해요…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라요…
가족 품으로 무사히 돌아가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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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조차 할 수 없던 이별은,
오랜 시간 내 마음에 머물렀고
결국 나를 다시 이곳, 글로 돌아오게 만들었습니다..
14년 동안 수많은 승객을 만났고,
그 안에는 웃음도, 눈물도, 헤어짐도 있었지만
이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나는 어떤 마음으로 다시 승객을 맞이해야 할까..?
사람을 서비스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명을 대하는 일의 무게는 어디까지 감당해야 할까…?
그를 떠나보낸 그 시간, 그 장면, 그 공기
나는 아마 매년 그 시간이 올 때마다 그를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기도하게 되겠죠.
그의 평안을,
그리고 그 순간 함께했던 우리 모두의 마음을…
이렇게 나는,
누군가의 마지막을 함께했던 이야기로,
다시 글을 씁니다.
당신의 하루도,
당연하게 주어진 이 삶도
조금 더 따뜻하게 안아보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