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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기 Oct 07. 2023

05. 아침에 눈을 뜨기 시작해

아침을 되찾자 하루의 시작이 상쾌하게... 더 보기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 나지 않았어요


암막커튼은 참 좋은 발명품이다. 내 방은 암흑과도 같고, 새벽에 자든 아침에 자든 틈사이로 희미하게 빛이 들어온다는 사실 외에는 아직 내게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것만 같다. 물론 출근을 한다거나 학교를 간다거나 규칙적인 일이 있었다면 나는 분명 일어나야만 했겠지만.. 그런 일정이 없는 내게는 하루를 영위하는 방식 전반이 내게 달려있다. 


아르바이트가 오후에 있는 날에는 순전히 일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시간에 맞춰 겨우 눈을 뜬 적도 허다했다. 그렇게 하루를 나 스스로 헌납하다 보니 허무함을 느끼게 되었다. 무슨 흔히들 말하는 '갓생'을 살자는 것도 아니고, 하루 일정 정도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내 삶의 책임은 내가 져야 하는 것인데, 나는 왜 자꾸 내게 실망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에게 자꾸 실망을 하게 된다면 뭔가를 바꿔줘야 한다는 신호이다. 설령 느지막이 일어나서 하루를 알차게 살았다 한들 내게는 자꾸만 아쉬움이 남았다. 어쩐지 오전시간을 전혀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한심하게도 느껴졌다. 우스갯소리로 여즉 잤어~라고 친구들에게 말하는 것도 한두 번이다. 퍼뜩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생활 방식이 스스로에게 잘 맞고 삶에 불편감을 초래하지 않으며 별 다른 이슈가 없다면 그런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변화가 절실했다.



잠을 줄이자는 것은 아니야 


세상에나, 나는 잠을 참 많이 잔다. 


많이들 아는 사실이겠지만 잠을 짧게 자도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길게 자야 하는 사람이 있다. 타고나기를 짧게 자도 괜찮은 사람들은 서너 시간을 자도 충분히 잘 기능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사람들도 있다. 자신에게 맞는 숫자를 찾아라! 일전에 좋은 강연 영상을 통해 인상 깊게 봤던 내용이다. 내가 잠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시간을 잤을 때 가장 잘 기능한다는 사실이 기록을 통해 살펴보았을 때 명백했기 때문이라고 구태여 설명하고 싶다. 참고로 나는 노션에서 표를 만들어 매일 수면 패턴을 기록하던 시기가 있었다. 들쭉날쭉한 수면 습관으로 인해 고민해 온 시간이 길다는 증거일 수 있겠다.


잠을 오래 자는 사람은 게으르다는 평가를 듣기 쉽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그렇다. 여유를 즐긴다는 말은 다시 말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과 같고, 그럼 한심하다고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감상이다. 타인에게서나 자신에게서나 마찬가지다. 나 역시 잠을 아주 오래 자고 난 다음에는 의미불명의 상실감과 짜증을 느낀다. 물론 오후 10시에 잠들어서 아침 6시에서 8시에 일어난다거나 하는 바른생활의 형태였다면 그런 식의 감정은 비교적 적게 들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파괴된 남반구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튼 오래 자고 나면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다. 이렇게 한심할 수가! 따위의 단상이었다.


그렇지만 3시간을 자고 일주일을 살았을 당시를 회고해 보자면 컨디션은 정말 최악이었다. 수척하기 그지없는 얼굴이 거울 속에서 나를 반겼다. 일이 손에 잡히기는커녕 졸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5시간으로 늘려서 일주일을 살았을 때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루는 날을 잡고 동면하는 곰처럼 쿨쿨 잠에 빠져야 했으니까. 나는 정말 오래 잠을 자야만 하는 사람이다. 평균적으로 8시간에서 10시간을 잤을 때 그날의 컨디션이 가장 좋았다고 평가한 날이 많았다. 약 4달간 기록해서 살펴본 결과이니 내게 맞는 숫자는 8에서 10 사이일 것이다.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난다.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한다. 당연한 섭리인데 어쩐지 이미 뒤틀린 시간대에서 생활하는 나에겐 참 어려운 과제였다. 우선 늦게 일어났으니 일찍 누워도 잠이 오질 않는다. 평소처럼 이리저리 눈을 돌리며 늦게 누우면 아무리 알람을 맞춰놓은 들 늦게 일어났다. 변화는 절실한데 계속해서 실패만 했다. 그럴수록 머릿속은 복잡했다. 하루 루틴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데 그로 인해 발생한 머릿속의 소용돌이를 제대로 바로잡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액션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챌린저스 앱으로 기상 인증 미션 챌린지를. 






SOLUTION: 일어나세요, 용사여.


챌린저스, 기상 인증 미션! 목표는 7시.

각양각생의 챌린지로 똘똘 뭉친 챌린저스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무작정 7시 기상 인증 미션을 찾아다녔다. 당장 내일부터 실천하고 싶었으므로 내일부터 2주간 실시하는 미션에 예치금을 결제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았다. '변화를 줬으니까, 또 돈을 걸었으니까 실패하지 않겠지? 나도 이른 아침에 일어날 있겠다.' 설레는 기분이었다. 그간 아침의 상실이 어지간히 싫었나 보다.


인간이란 쉽게 변하진 않는다. 특히 오래 다져진 습관은 말이다. 그게 수면습관이라면 더하다. 참고로 최근 나는 아날로그 자명종을 선물 받았는데, 짱구의 액션가면 시계였다. 참 귀엽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액션가면 시계의 바늘을 7시로 돌렸다. 그렇게 알람을 설정해 놓고 누웠다. 그런데 새벽에 누웠기 때문일까? 평소처럼 늦게 잠들었기 때문일까? 다행스럽게도 7시에 기상하긴 했지만, 그래서 인증에 성공하긴 했지만 다시 잠에 빠져버렸다. 


그렇게 두 번 잠에 빠져서 기상했지만 여전히 평소보단 이른 오전 시간에 눈을 뜰 수 있었다. 다음 날쯤이면 좀 더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다음 날에도 비슷한 시간에 잠에 들었고, 마찬가지로 오전 인증에까진 성공했지만 결국 다시 잠에 빠졌다. 암막커튼 탓인가? 나의 의지의 탓인가? 잠이 너무 달콤한 탓인가? 실패했다! 그래도 여전히 오전에 기상했으니 OK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다음 날!


아마도 평소의 흐름상 성공했을 듯하다.


아니! 실패했다! 

장렬히!

인증도 실패했다! 


늦은 오후에 기상한 나는 멍한 표정으로 잠시 과거를 돌아보았다. 아득했다. 애초에 그 많던 알람을 어떻게 다 꺼버린 것인지 기억도 안 난다. 그날따라 평소처럼 새벽이 오래 지나서야 잠에 빠지긴 했다. 작심삼일이 이런 것인가 싶을 만큼 기상 시간이 7시임에도 무슨 생각인 건지 5시쯤 잠에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알람은 나를 7시 무렵 열심히 깨웠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전지적 알람 시점 / ⓒunsplash


악! 시끄럽습니다.

알람을 꺼버린 것이다.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아날로그는 대충 껐을 것이고 디지털.. 그러니까 아이패드와 아이폰은 던져버린 것일까? 어떻게 한 거지? 아무튼 기억에는 없었으니 어떤 수라도 썼을 것이다. 이럴 수가. 오전 기상은커녕 기상 인증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내게 아직 기회가 많다. 성공할 때까지 챌린저스에서 도전할 셈이다. 돈을 날리지 않으려면 내가 아주 힘을 내야 할 것이다. 


이다음에는 2회 인증 미션에 도전해 봐도 좋겠다. 처음 인증을 하고 다시 잠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간차 인증을 요구하는 미션이 따로 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부디 이 글을 읽은 뒤 챌린저스에 가입해 보길 권한다. 기상 외에도 많은 종류의 미션들이 존재한다. 부지런한 사람들, 자신을 돌보고 싶은 사람들, 발전하고 싶은 사람 등등.


아무튼 나의 솔루션은 이번에는 장렬히 실패했지만, 또 물론 한 번 들인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변화하기 쉬운 조건을 만들어 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간이 들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변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테니 희망적 사고를 할 테다. 나를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는 데에 박수를 치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시점 역시 새벽이지만, 내일은 주말이라 인증이 없는 날이다. 그러니 괜찮다고 우겨보겠다. 




평가:

뭐라도 해보는 나 자신에게 박수. 

매번 제 일을 해놓고도 욕만 먹는 나의 알람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

오늘 아침에는 부디 어딘가로 던져버리진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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