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이 아프다. 타닥타닥 키보드를 치는 손끝이 아려온다.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이 유독 살 없이 뼈만 부딪히는 느낌이다. 특별히 손톱이 짧지도 않은데.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보냈는데.
통증의 원인이 신체적 문제인지, 심리적 문제인지 모르겠다. 작은 결정을 앞두고 또 마음이 많이 쓰이는 중이다. 버리는 것이 나을지, 버려지는 것이 나을지 선택해야 한다. 버린다면 내가 포기할 것들에 대해 애상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버려진다면 내가 박탈당할 것들에 대해 단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불안이 밀려온다. 버림이 나에게 의미 있는 선택일지, 아니면 지레 겁먹고 달아나는 초라한 뒷모습일지.
버려지지 않고 품어지는 기회가 과연 주어질까. 나의 쓸모를 의심하는 나에게, 너의 쓸모를 인정한다고 내밀어주는 손길이 있을까. 그 손길이 주어진다면, 나는 나를 믿고 그들을 믿고 함께할 수 있을까.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에게 그런 용기가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