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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타 Apr 04. 2024

조르바는 진정 자유인이었을까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이 유명한 책을 처음 읽었다. 인생 책으로 많이들 언급하는 이 고전이 과연 어떤 내용일지 기대를 하고서.

그 기대감으로 책의 두툼한 두께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나는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나온 故 이윤기 번역가님의 책을 먼저 접했다. 제일 많이 읽히는 듯 해서. 읽다 보니, 와…하는 문장들이 계속 나왔다. 예를 들면, '나는 그날 아침의 빗줄기와 한기, 그리고 새벽의 미명을 떠올렸다.', '인간의 영혼은 육체라는 뻘 속에 갇혀 있어서 무디고 둔한 것이다'와 같은. 이런 문장을 쓰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번역가님은 어떤 분이길래 이렇게 말맛을 잘 살리셨을까? 그렇다면 원문은 어떻게 쓰여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이 없다면, 온전히 책 세계로 발을 디디지 못할 것 같았다.



찾아보니 故 이윤기 선생님은 원문을 번역한 것이 아닌, 원문(그리스어)을 프랑스어로 번역된 것을, 또 프랑스어에서 영어로 번역된 것을 최종판으로 번역하셨다고 한다. 게다가 이분은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내신 문학 작가이기도 하셨다. 나는 더욱 원문을 번역한 것을 보고 싶었고, 그리스어는 모르니 영어판이라도 대조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리스어를 전공하신 유재원 번역가님의 책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되었다고 하여 영문판과 비교한 글을 보았더니,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결국 나는 문학과 지성사를 택했다. 故 이윤기 번역가님은 혼신의 힘을 다해 이 작품을 번역하셨다고 한다. 그에게는 단순한 번역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책을 소비하는 나에게는 글의 원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故 이윤기 선생님을 통해 오색찬란하게 윤색된 글은 또 다른 해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좌) 故 이윤기 번역가, (우) 유재원 번역가



사실, 이 책은 내게 힘들었다. 일단 넘어가기가 어려웠다. 글 전반적으로 서사 중심이 아닌, 작품 속 화자인 '나'의 에세이 같은 느낌? 또 생소한 단어가 많아 매칭하기 어려웠다(물론 유 번역가님은 원문을 최대한 살리고자 원어를 쓰고 각주를 달아 놓으셨지만)작품의 스토리는 단순하게 느껴지고, 외려 심리나 풍경 묘사가 많았는데 이것은 소설을 가장하여 당 시대와 작가 본인의 생각을 풀어놓은 장치였을거라 생각된다.



또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조르바의 카사노바적 행동과 '여성의 성적 대상화'이다. '여자는 그것만 밝히는 똥멍청이'로 계속 나오는데, 마음이 꽤 불편했다. 요즘 같으면 난리가 날 작품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조르바는 야생의 동물처럼 행동하지만, 그것이 바로 '지금, 여기', 그리고 '순간에 집중하고 만족'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작품에도 언급되는 붓다의 등장은 작가가 동양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눈앞의 사건과 사물에 집중하여 최선을 다한다,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면모도 보인다.



HERE n NOW



과연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 계속해서 고뇌하는 소설 속 '나'의 모습이 현대를 사는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절대 1회 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작품. 아직 내가 여물지 않아 더 그렇게 느껴진다. 실존 인물 '조르바'를 대상으로 한 것과, 시대가 겪는 변화, 역사, 사건, 종교 등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이 책을 다시 보면 안보였던 무언가가 또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반 정도 읽고 때려치울까 하다가 읽은 게 아까워서 겨우겨우 끝을 본 작품. 사람들이 이 작품에 열광하는 것은 '자유?, 카르페디엠?' 이런 것일까? 몇 년 뒤 다시 읽을 때쯤은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그때는 이윤기, 유재원 님의 두 작품 모두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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