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어머니는 보호 센터를 백화점이라고 부르십니다.
첫 날 보호 센터에 다녀오시더니 저를 보고 얘기하십니다.
"요즘 백화점이 장사가 안 되나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장사가 안 되니까 차를 보내서 우리 같은 노인들까지 모셔가는 거 아냐?"
그제서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백화점 같은 곳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한 적이 있었거든요.
자영업자들이 자기네 손님들까지 다 쓸어간다고 반발해서 사라졌지만요.
어머니는 버스비를 아낀다고 그 버스를 자주 이용하셨습니다. 꼭 백화점이 아니라 백화점 근처에 볼 일이 있을 때도 이용하셨죠.
어머니는 최근의 일은 거의 다 잊어가지만 오래된 일들은 신기할 정도로 기억을 잘 하십니다.
아마 어머니는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차비를 받지 않고 당신을 모시러 오는 차는 백화점에 가는 것이라고 믿으시는 것 같았죠.
저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요, 빠지지 말고 백화점에 매일 가세요. 친구 분들도 많고 좋잖아요."
"그래. 밥도 주는 데 가야지. 직원들도 너무 친절해."
"네, 밥도 공짜에요."
"맞아. 고기도 많이 줘."
어머니는 무엇보다도 백화점을 이용하는데 돈을 안 내도 된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셨습니다.
어머니는 가끔 가다가 백화점 걱정을 하십니다.
"백화점이 장사가 너무 안 돼. 밥도 그냥 주는데..."
"어머니, 걱정 마세요. 평일이라 사람이 없는 거에요. 주말에는 사람이 많이 온데요."
그제야 어머니는 안심을 하십니다.
이제 우리 식구는 물론 보호 센터 직원들도 어머니께는 보호 센터가 백화점이라고 얘기합니다.
저는 어머니가 보호 센터라는 존재를 모르시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당신이 노인 시설에서 보호 받는 것이 아니고 매일 백화점에 놀러 간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더 좋으니까요.
게다가 우리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고 어머니 스스로 그리는 상상의 세계이니까요.
어머니가 매일 나가는 백화점의 서비스는 진짜 백화점보다 훨씬 좋습니다.
밥도 주고, 간식도 주고, 커피도 타 줍니다.
약도 때 맞춰 먹여드리고 당뇨 검사도, 혈압 측정도 해 주죠.
무엇보다도 저녁에는 어머니가 집에 들어가실 수 있도록 문도 열어주고요.
이제는 저의 생활 리듬도 백화점에 맞춰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