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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nsee Oct 10. 2023

치매어머니와 동행 12

성당 (2)

여름이 되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 많아졌지만 별로 걱정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보호 센터의 차가 아파트 현관까지 와서 어머니를 모시고 갔으니까요.

물론 저녁에도 아파트 현관까지 어머니를 모시고 왔고, 게다가 보호센터 직원이 어머니가 집에 들어가시는 것을 확인한 후 저에게 어머니 도착하셨다고 문자까지 보내주니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저녁에 가끔 친구들과 술자리도 가질 수 있었죠.


7월의 어느 일요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것을 보니 정말 밖에 나가기 싫었습니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봅니다.

"어머니, 비가 엄청 많이 오는데 오늘은 성당에 가지 마세요."

"괜찮아. 슬슬 다녀오지 뭐."

"사고 나겠어요. 지금 뉴스 보니까 여기저기 난리가 난 모양이던데..."

"여기는 괜찮다."

고집을 꺾지 않으십니다.


저는 참다 못해 마음 속에 있는 말을 꺼내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제발 오늘은 가지 마세요. 제가 힘들어 죽겠어요."

"네가 왜 힘드니? 내가 혼자 갔다 올 수 있는데..."


저는 한숨을 쉬고 집을 나섭니다.

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어 일부러 낡은 신발을 꺼내 신고 어머니 댁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하니 어머니는 이미 외출 준비를 마치고 저를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막상 폭우를 맞아보니 도저히 어머니를 모시고 밖으로 나갈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사정을 해 보았습니다.

"어머니, 비가 장난이 아니에요. 오늘은 안 가시는 게 좋겠어요."

그러나 어머니는 대꾸도 하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가십니다.

할 수 없이 가장 큰 우산을 챙겨 들고 어머니를 따라 나섰습니다.


오른 손으로는 절뚝거리며 걷는 어머니를 부축하고 왼손에는 우산을 들고 걸어가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당연하게도 길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정말 이게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화가 나기도 했고요.


성당에 도착하니 평소보다 사람이 훨씬 적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성당까지 오는 내내 어머니 우산을 씌워 드리느라 온몸이 흠뻑 젖었기에 도저히 자리에 앉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어머니께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얘기 드리고 화장실에 가서 젖은 옷을 정리하고 성당 사무실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습니다.

길게 만 느껴지던 한 시간이 지났고 드디어 미사가 끝났습니다.

서둘러 어머니 계신 곳으로 갔더니 어머니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시 어머니를 부축하고 집으로 향했는데 그 날은 집에 오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 저는 어머니가 그토록 성당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잘 압니다.

어머니는 천국에 가거나 죄를 용서받으려고 성당에 나가시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성모상, 십자가상 앞에서 자식들의 행복을 기도하면 꼭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계신거죠.

어찌 생각하면 불경스러운 이유일 수도 있지만 저는 어머니의 그 마음이 그 무엇보다 순수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이제 자식들을 위해 던져 줄 수 있는 것이 당신의 정성어린 기도 밖에 남지 않은 것을 아시기에 필사적으로 성당에 가시는 겁니다.


그 날 집에 오면서 눈물을 꽤 많이 흘렸던 것 같습니다.

마침 비가 와서 눈물을 감추기에도 좋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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