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mnsee Oct 13. 2023

치매어머니와 동행 15

추억 (2)

어머니를 지탱해 주는 것은 자식, 그리고 그 다음이 신앙입니다.

저희 가족이 성장에 다니기 시작한 것은 1974년 부터 였습니다.


특이한 것은, 누가 먼저 성당에 다니기 시작하고 나머지 식구들이 영향을 받아 따로 다니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천주교 재단 학교로 배정받아 다니게 되었는데, 저를 지켜보던 수녀님께서 교리를 받으라고 하셔서 자연스럽게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상당히 내성적인데다가 당시 집이 극도로 어려웠던 탓에 가뜩이나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던 성격이 거의 대인 회피를 하는 수준까지 도달한 상태였는데, 천주교 특유의 조용함과 사람을 포용하는 분위기가 좋아 종교반 활동도 하면서 점점 종교 생활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세례를 받은 해에 어머니께서도 여동생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성당을 찾아가 세례를 받으셨는데, 그때 집안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마 어딘가 의지할 곳이 필요하셨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나이 드셔서도 당신이 평생 하신 일 중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로 그때 성당을 물어물어 찾아가신 것을 꼽곤 하셨으니까요.

그 뒤로 남동생 둘까지 세례를 받게 되었고, 우리 형제들은 결혼식을 모두 성당에서 치루게 되었지요.


불행히도 지금은 어머니와 막내 동생 가족만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머니를 돌봐 드리면서 자연스럽게 반강제로 다시 성당을 다니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저와 성당에 가시면서 벌써 백번도 더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십니다.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나서 얼마 있다가 외숙모님과 함께 점을 보러 가셨던 이야기입니다.


점을 봐주는 사람은 어머니와 외숙모가 들어서자 어머니를 보곤 대뜸 소리를 질렀다는 겁니다.

"당신이 뭐하러 여기를 왔어? 당신은 성당에나 나가!"하고요.

어머니는 그러면서 "글쎄 하느님이 나를 성당에 다니라고 꼭 집어 선택하신거라니까."하면서 웃으십니다.

저는 그 말을 백퍼센트 믿습니다.

어머니는 하느님이 직접 자신을 성당으로 불러주었다고 믿으십니다.

그래서 당신이 하는 기도는 꼭 들어주신다고, 그래서 기도를 멈출 수 없다고 하십니다.


어머니의 기도는 정말 큰 효험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자식들이 모두 큰 부자가 되거나 큰 권력을 가지지는 못 했지만 모두 화목하고 큰 탈 없이 살고 있으니까요.

어머니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신이란 존재가 없더라도 어머니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없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저는 요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누가 그 뒤를 이어 가족을 위해 기도를 할까 걱정이 됩니다.

물론 기도를 한다는 행동은 흉내 낼 수 있겠지만 그 정성은 감히 따라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어머니의 기도에는 신앙은 물론, 어머니의 한, 정성, 갈구, 애착 같은 것이 모두 녹아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본인의 건강, 행복을 모두 버리더라도 자식들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필사적인 마음도 들어있으니까요.

저는 신이 계시다면, 어머니의 그런 기도를 외면할 수 없을 거라고 믿습니다.


어쩌면 제가 일요일마다 다리를 절뚝거리는 어머니를 부축하고 성당으로 향하는 것도 신의 뜻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제 저도 슬슬 다시 기도하는 생활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전 15화 치매어머니와 동행 14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