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센터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해 돌봄 서비스 이외에도 여러가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가령 할머니들을 위해 한달에 한번 펌을 해 드리고 있죠. 우리가 파마머리라고 부르는 전형적인 할머니들의 헤어 스타일 말입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할머니 머리를 전문으로 하는 분이 해 드린다고 해서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한번 해 보시겠다고 합니다.
펌을 하는 날, 보호센터에도 어머니가 서비스를 받으실 거라고 부탁을 해 두었습니다.
보호 센터에 다니시기 전에는 두 달에 한번 정도 단골 미용실을 가셨습니다.
단골 미용실 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듯 번듯한 샵에서 머리를 하는 것이 아니고 미용실을 하다가 나이가 들어 은퇴하신 미용사가 집에서 아는 분들만 대상으로 심심풀이 삼아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일종의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도 하는 곳이죠.
좀 유명하고 큰 미용실에 가시라고 권했지만 단골 미용실에는 또래 분들이 많이 오신다고 거절하십니다.
그러나 저는 어머니가 고집을 부리시는 이유를 알죠.
그곳은 비용이 아주 저렴하거든요.
걸어서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어서 어머니가 건강하실 때는 산보 삼아 다니시기에도 좋았습니다.
보호 센터에서 펌을 하신 날 저녁에도 전화를 드려봅니다.
머리를 잘 하셨느냐고, 마음에 드시냐고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별로 기분이 좋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머리가 너무 잘 풀린다. 아무래도 가던 곳에서 파마를 해야 하겠어."
저는 잘 풀린다는 말의 뜻을 몰라 다시 한번 말씀 드려봅니다.
"어머니, 머리가 풀리면 좀 자주 받으시면 되잖아요. 매달 받으셔도 돼요."
그리고 저는 어머니가 솔깃해 할 제안을 던집니다.
"그리고 공짜잖아요."
물론 그 말은 거짓말입니다. 아주 저렴하기는 하지만 무료 서비스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제 예상과 달리 이번에는 어머니의 반응이 미지근합니다.
"공짜라도 마음에 안 들어. 단골 미용실에 가면 떡 같은 것도 줘서 먹고 놀다 오면 되니까 다음엔 거기에 갈 거야."
그제야 저는 어머니가 여자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떤 말을 해도 보호 센터에서 머리를 하시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또 다시 고민이 생깁니다.
어머니의 단골 미용실은 일요일에는 쉬므로 어머니가 거기서 머리를 하시려면 보호 센터를 하루 쉬셔야 하니까요.
그러면 식사는 해 드셔야 하나? 그리고 현관문은 또 어떻게 여시나? 그 먼 곳을 불편한 다리로 어떻게 갔다 오시려나?
그러나 방법이 없습니다.
어머니는 무조건 그곳에 가실 거니까요.
할 수 없이 미용실에 가시고 싶은 전날에 미리 얘기를 해 달라고 부탁드려 봅니다.
아무래도 미용실까지 모시고 가서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머리를 다 하고 나오시면 식사를 같이 하고 집까지 모셔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러나 여전히 불안합니다.
어머니는 내게 그런 약속을 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실 것이고, 어느 날 갑자기 충동적으로 미용실로 발걸음을 옮기실 것만 같습니다.
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어머니가 아직 당신이 여자라는 자각을 하신다는 것이 기쁘면서도 고민이 됩니다.
머리를 두 달에 한번 정도 하시니까 몇 번 더 이런 고민을 하게 될까요?
어느 날, 어머니가 갑자기 이젠 미용실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하시면 가슴이 덜컹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