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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nsee Oct 16. 2023

치매어머니와 동행 18

손녀의 선물 

어머니는 보호 센터에서 이른 저녁을 드시고 오지만 가끔 허기가 지는지 주전부리를 하고 싶어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냉장고에 있는 계란이 빠른 속도로 줄어듭니다.

아침에 2알, 저녁에 2알을 드시는거죠.


일요일에 어머니를 찾아뵈러 갈 때 또 계란을 챙기는 모습을 본 아내가 계란을 그렇게 많이 드시느냐고 묻습니다.

나는 저녁에 허기가 져서 그러시는 모양이라고 대답을 하고요. 


그 다음 주 일요일에 아내가 싸 준 음식과 몇 가지 간식거리를 쇼핑백에 넣고 있는데 갑자기 냉장고에서 커다란 비닐 봉투를 꺼내 저에게 내밉니다.

봉투 안에는 떡이 잔뜩 들어있습니다.

제가 놀라서 쳐다보자 딸 아이가 할머니 드리라고 보내왔다고 합니다.

강원도 특산물인데 자기가 먹어보니 맛이 좋더라고 하면서요.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울 뿐 아니라 낱개로 포장이 되어 있어 보관하기도 편할 것 같고 더운 여름 날씨에도 한 두 시간 정도는 상하지 않고 버텨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개 먹으면 속이 든든할 정도로 큼직합니다.


어머니 댁에 도착하자 마자 보따리를 풀고 가져 온 음식을 꺼내고 또 떡을 냉동실에 집어넣고 있는데 어머니가 놀라서 뭘 이리 많이 가져왔느냐고 물으십니다.

손녀 선물이라고 말씀드리니까 뛸듯이 기뻐하시면서도 당신 때문에 돈을 많이 썼을까봐 걱정하십니다.

오늘 꼭 떡맛을 보셔야 할 것 같아 떡 2개를 냉동실에 넣지 않고 식탁에 꺼내두고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니 떡이 알맞게 녹아있습니다.

식탁에 국이랑 반찬, 밥을 차려드리고 떡도 같이 놓아드렸습니다.

어머니는 감격한 표정을 지으며 떡은 저녁에 먹겠다고 잘 챙겨 두십니다.


그 후로 한동안 어머니가 보호 센터에서 돌아오시면 전화 통화를 하면서 냉장고에 있는 떡을 꼭 드시라고 말씀드리곤 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아무리 냉장고를 뒤져도 떡이 안 보인다면서 어디에 두었느냐고 되물으셨고요.

가끔은 냉장고에 떡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도 있었죠.

어머니 목소리에는 손녀가 사 준 떡을 기억 못하시는 게 미안하고 창피하다는 감정이 듬뿍 묻어있습니다.


그래도 매일 설명드리니까 이제는 떡이 사라지는 속도가 조금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저도 기왕이면 계란보다는 쌀떡을 드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매일 설명을 드리죠.


어머니는 당신을 사랑하는 가족이 많다는 사실에 기운을 얻으십니다.

제가 대표로 앞에 나서서 잘난 척하고 있지만 자식들은 물론 며느리, 그리고 손주들까지 뒤에서 열심히 어머니의 건강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아실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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