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웅진지식하우스)
결국 저는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겪는
고통의 성질이나 정도를
전혀 짐작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과연 타인의 고통과 성질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회의적인 시각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인간을 무서워하던 <인간실격> 주인공이 느낀 인간은 서로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들이다.
우리들은 우리 뒷모습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존재들이다. 자기 자신도 모르는데 하물며 서로를 알 수 있을까.
한때 나는 내가 가진 두 눈으로 볼 수 없는 내 뒷모습이 궁금했다. 거울로 보지 않고 직접 내 두 눈으로 보는 나의 뒷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안타까움, 인간에 대한 연민, 불안함, 더 나아가 섬찟해지는 공포가 밀려왔다. 나의 불안함과 주인공의 불안함은 같은 성질의 감정이었을까.
주인공의 생각은 문장의 길이로 표현된다. 한없이 길다. 그러나 쉽게 읽힌다. 주인공의 생각을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인생의 회의적인 부분들은 가감없이 찔러넣었기 때문이리라.
세상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인간의 복수(複數) 일까요?
어디에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가 있을까요?
주인공은 끝내 답을 어렴풋이 찾아낸다. 그러나 주인공의 생각은 결국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세상이란 자네가 아닐까'하고 생각하고는 마음 속에 그대로 묻는다.
인간이 두렵지만 홀로 살 수 없었다. 주인공은 그렇게 익살을 생각해낸다. 주인공이 생각한 인간에 대한 최후의 구애는 익살이었다. 남을 웃기려고 일부러 하는 말이나 몸짓, 익살.
인간에 대하여 언제나 공포로 부들부들 떨며, 또한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행동에는 전혀 자신감을 지니지 못하고, 혼자만의 고뇌는 가슴속의 작은 상자에 숨긴 채 그 우울감과 초조함은 꼭꼭 숨기고, 오로지 천진난만한 낙천성으로 위장하여 점차로 저는 익살스러운 괴짜로 완성되어 갔습니다.
-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웅진지식하우스) 中 발췌 -
익살 속에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는 공포와 불안이 들어있었다. 고백하건대 나 역시 그렇다. 주인공의 말에 공감한다. 나에 대한 자괴감이 몰려올 때, 인생의 덧없음이 느껴질 때, 서로에 대한 위선이 느껴질 때, 모든 것이 회의적으로만 보여질 때 나는 익살을 부렸다. 남들에게 내가 가진 고민과 생각들을 숨기기 위해, 그저 잊어버리기 위해 익살을 선택했다.
주인공과 나의 다른 점은 주인공은 인간 실격의 길을 걸었고 나는 아직 인간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나는 주인공이 느꼈던 인간에 대한 회의적인 관점을 공감한다. 어제도 뉴스를 보다가 범죄조직의 사기행위에 분노하며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분노하고 또 불안해하지 않았던가.
주인공과 나의 차이는 바로 '그럼에도'였다. 그럼에도 나는 산다. 그럼에도 나는 인간을 믿는다. 불안과 공포가 이따금 느껴질지라도 그럼에도 나는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꾼다.
단지, 모든 것은 지나갈 뿐입니다.
반면 주인공은 결국 행복도 불행도 없는 삶이 되어버리고 만다. 인간 실격이다. 단지 시간의 힘에 기대는 존재, 하나의 진리만을 깨달은 인간실격의 삶이다.
나 역시 주인공처럼 다시금 불안과 공포를 회피하기 위한 익살을 선택하는 순간도 앞으로 많을 것이다. 여전히 인간은 서로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위선적이고 회의적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책을 읽고, 경험하며 조금씩 공감의 저변을 넓혀갔듯 계속 한 권 한 권 읽어 나갈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경험해 나갈 것이다. 인간의 길을 걸어가볼 것이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 『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 웅진지식하우스 / 네이버 사전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