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파친코 1, 이민진 (인플루엔셜)
일제 강점기 시절 부산에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다. 그 중 선자네 가족이 주인공이다. 하숙집을 운영하던 엄마 밑에서 살던 선자는 운명 앞에 순응하여 일본에 가서 살게 된다.
역사를 배우고 나서 일제 강점기 시절 태어났더라면이라는 가정을 많이 해보곤 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아니 살 수는 있었을까. 그 당시 태어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 수 있었을 것인가. 일제의 탄압 속에서, 버거운 가난 속에서,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았던 것일까.
가난한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며,
참고 견뎠다.
그들은 참고 견디며 그들에게 주어진 삶을 살았다. 그들에게도 미래는 똑같이 미지의 것이었다.
내 삶을 되돌아본다. 고향을 떠나 나름 유랑 생활을 하고 있다. 10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내가 이렇게 살고 있으리라고 생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선자도 자신이 조선을 떠나 일본에서 살 줄을 예측이나 해 볼 수 있었을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요.
처음 소설 제목을 접했을 때, 설마 내가 아는 그 파친코? 진짜 도박 기계 말하는 건가? 싶었다. 그리고 이내 곧 작가가 제목을 그렇게 붙인 이유가 궁금했다.
선자의 인생을 돌아보며 알게 되었다. 파친코는 곧 인생과 동의어라는 것을 말이다. 나의 미래에 무슨 그림이 나올 지 모른다는 것. 그렇기에 인생은 고달프고 재미있고 서러운 법이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역사의 커다란 그늘 밑에는 소시민들이 있었다. 기록조차 남지않은 세상에 머물다 간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약했지만 강인했다. 역사가 저버렸다 해도 그들의 마음은 온전히 그들의 것이었다.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 힘들었을 그 시절, 그들은 주어진 하루를 감내하고 또 살아간다.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답답한 순간도 많지만 그들은 먹고 살기 바쁘고 하루하루 버티느라 힘겹다. 그럼에도 산다.
아버지는 그런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입은 것이나 가진것은
사람의 마음과 성격이랑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다.
선자의 남편이자 노아의 아버지 이삭은 아들에게 성경 구절들을 말한다. 목사였던 이삭은 선하게 살고자 한평생 노력하던 자신의 의지를 자식에게 전하고자 힘겨운 상황에서도 말을 이어 나간다. 그들은 일제 치하 힘겹고 고통스러운 환경에서도 선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종교가 없던 순자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버지 훈으로부터 늘 사람들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말씀을 듣고 자란 순자 역시 선한 힘을 가진, 작고도 대단한 사람이었다.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부지런한 사람이 돼야 해.
모든 사람에게 연민을 가져라.
네 적까지도.
저마다 자신의 삶을 쌓아간 과거의 그들이 있었기에, 힘겹지만 포기하지 않고 내딛는 한 걸음이 있었기에 세상이 이만치 흘러왔고, 역사가 지금까지 한 겹 한 겹 결을 쌓아올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고 그들을 읽는 것이다.
작가는 그 시대를 살아간 약하지만 강한, 아프지만 선한 사람들의 삶을 비춘다. 그들의 삶은 여전히 살아남아 우리들의 마음을 비춘다. 나도 저들처럼 약하지만 선하게, 역사의 흐름에 이리저리 엉키면서도 끊기지 않게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 『파친코』이민진, 인플루엔셜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