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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Jan 17. 2024

삶은 엿 같지만 늘 그런 건 아니다

[책 리뷰] 파친코 2, 이민진 (인플루엔셜)


 장편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온갖 생각의 버무림 속에 온전히 자신을 내맡기고 흘러 들어오는 느낌과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4세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들의 굽이굽이 굴곡진 삶들을 바라본다. 책 <파친코>는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그들의 삶을 한 줌 한 줌 흘려보낸다.



세상의 편견에

맞선다는 것




 만약 역사가 한 겹 한 겹 쌓이는 지층이었다면 지층과 지층 사이에 굳어버린 화석처럼 그 사이에 어중간하게 낀 사람들이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내몰려 고통 받는 사람들은 언제나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외로이 고군분투했다.


 <파친코>는 애매하게 역사 속에 낀 샌드위치같은 사람들을 조명했다. 바로 재일조선인들이다. 대한민국에서도, 북한에서도 일본에서도 인정받을 수 없었던 그들.


우리에게는 조국이 없어



 역사는 그들의 조국을 역사의 뒤안길로 내동댕이쳤다. 조선은 사라졌지만 조선인은 남아있다. 그들은 단지 살아남으려 했을 뿐인데 사람들의 온갖 멸시와 차별을 당한다. 아무렇지 않게 조롱을 받아들이는 이들, 좌절하고 못내 죽음에 이른 사람들까지 그들의 삶은 깨진 유리조각이 흩어져 있는 길처럼 날카롭고 험했다.


너는 아주 용감해 노아야.
 
나보다 훨씬.
훨씬 더 용감해.

너를 한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


 소설 1권을 이어 2권까지도 내내 그들은 그들이 어찌 할 수 없는 현실의 조롱과 차별에 시달린다. 노아도, 모자수도 심지어 한참 세대를 건너 자란 솔로몬까지도 조선인이라는 띠지가 따라다닌다.



 어째서 저들은 국적을 한국인으로 바꾸고 편하게 살지 않는걸까.


 한때 자이니치 특집 뉴스 기사를 보며 오만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생각을 했던 내게 너 역시 그들을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던 일본인들과 다름 없다고 확인사살시켰다.



다른 이들이 고통받을 때 섣불리 판단하면 안된다. 늘 편견에 맞서왔던 그들은 반대로 사람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았다. 편견이 얼마나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지 알았기 때문이리라.


 그들의 삶에는 따뜻한 일본인들 역시 있었다. 그들 역시 정직하고 온화하게 남들을 그리고 일본인들을 대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삶은 사람들에게 더 큼직하고 다정한 울림이 되어 퍼져나간다. 작가의 바람대로 이 소설이 그들을 향한 위로와 따사로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부드러운 온기로 사람들 마음 속의 편견들을 깨부수는 소설이 되었기를 바란다.






통제할 수 없는

일 투성이인

삶 속에서



하지만 다 나아져.

삶은 엿 같지만
늘 그런 건 아니야.

 

 정말 죽을 것 같고 괴로운 순간도 많았는데, 다 나아지더라, 살다보니 이까지 왔드라고 연세 있는 어르신들이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해할 수 없었다. 불확실하고 모르는 것 투성이, 두려운 것 천지인 세상은 내게 늘 미지의 무언가였다.      



이 아줌마의 삶에도

평범한 일상 너머에

반짝이는 아름다움과
영광의 순간들이 있었다.

아무도 몰라준다고 해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공감하는 법을 배웠다. 고통받는 이에게 연민하고 소소한 행복에는 소설 속 주인공과 함께 미소 지었다. <파친코>는 사람들의 인생 그 자체였다. 재일조선인이고 일본이고 역사고 다 떠나서 저 안에는 삶이 있었다.


 미래가 더 나아질 것 같이 보이지 않지만 희뿌연 안개로 뒤덮여 있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조금의 희망의 여지가 남아있다. 그래서 저들의 삶에 공감할 수 있고 같이 울고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랑했던 사람들이
항상 곁에 있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


 이따금씩 감사한 순간들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곁에 이렇게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순자가 받은 위안도 같지 않았을까. 지난한 그녀의 삶에는 힘들고 고달픈 일들이 그녀의 주름만큼이나 많았다. 한편으로 그 삶 속에는 그녀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이들이 있었다. 우리가 늘 당연하게 알고 스쳐 지나보내는 진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이 소설은 막을 내린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 『파친코2』이민진, ㈜인플루엔셜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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