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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Jan 31. 2024

우리들의 삶은 그 자체로도 빛이 난다.

[책 리뷰] 개밥바라기별, 황석영 (문학동네)


 책 제목이 너무 아름다웠다. 개밥바라기별. 도대체 개밥바라기별은 무슨 별일까.


 오리온자리, 카시오페아자리 등등 어린 시절 과학시간에 들었을 법한 이국적인 별자리들과는 다르게 '개밥바라기별' 이라는 이름은 무언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데가 있었다. 그렇게 '개밥바라기별' 이 주는 단어의 묘한 힘에 이끌려 책을 집어들었다.




별은 보지 않구 
별이라구 글씨만 쓰구.


 이 책은 한국전쟁 이후 현대사 격변기를 겪으며 사춘기를 보냈던 이들의 성장기를 그려낸다. 


 책은 단순히 '준'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는다. '준'과 주변 친구들의 시점이 번갈아 진행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렇기에 다양한 방향에서 그들의 삶을 다채롭게 살펴 볼 수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책의 주인공인 '준'은 우등생에서 '개밥바라기별'이 되기까지 무수한 일들을 겪는다. 친구의 죽음을 겪기도 하고, 학교를 관두고 글을 쓰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을 꼽아보자면 '준'이 퇴학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한 무전 여행을 들 수 있다.


노력은 무슨 ....
아무렇게나 사는 거지.
그게 나쁘냐?

나는 말야.
세월이 좀 지체되겠지만
확실하게 내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거다.



 학생이라면 한번쯤 왜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하는지 과연 되도 않는 어른들의 말씀에도 순종을 해야하는지 다양한 고민들에 사로잡힐 때가 있기 마련이다.


 학생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한번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것이 진정 내 인생이 맞는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인생에 대한 회의감과 걱정, 불안 등이 생기기도 한다. 



 책의 주인공인 준이와 그 친구들이 겪은 시대적 배경은 지금과 달라졌을지 몰라도 우리들 또한 성장기를 겪어왔고 누구나 한번쯤 삶의 의미를 고민하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준'의 고민과 결정들이 더욱 아름답게 빛나 보이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학업을 때려치우면 
나중에 해먹구 살 일이 
뭐가 있겠어?

어쨌든 먹구살 일이 목표겠구나.

헌데 어른이나 애들이나 왜들 그렇게
먹구사는 일을 무서워하는 거야.

나는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거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요즘, 친구들과 함께 국내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던 '준'의 무전여행기가 부러우면서도 인상 깊었다. 이들은 표 없이 기차를 타고, 정 많고 인심 좋은 사람들을 만나 밥을 얻어먹고, 다양한 역사 유적지를 돌아보는 등 갖은 고생을 하며 여행을 다닌다.


 그 시절 무전여행을 다니던 고등학생, 대학생에 동화되어 그들이 겪은 무전여행의 묘미를 상상속에서 체험해보기도 했다. 조만간 여행을 한번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한편 이 책은 한국이 전쟁을 겪고 나서 민주화를 이루고 급격한 성장을 이루는 과정을 인간의 삶의 여정을 통해 다루고 있다. 전쟁의 여파가 남아 있고 어느 집이든 구구절절한 사연 하나쯤은 있던 그 시절을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 때 역사적 배경이 소설 속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간간히 드러나는 그 시대의 풍경들,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 당시의 정치, 역사적 상황들을 통해 우리의 부모님 심지어 조부모님이 살아왔던 청소년기를 대략적으로나마 유추를 해볼 수 있다.  



 샛별처럼 유명하지도 않고 쏠리고 몰리며 방황하는 개밥바라기별인데 그들의 삶은 그 자체로도 빛이 난다. 반짝이고 휘황찬란한 빛은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빛을 뿜어내며 그들의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다. 


'준'이 살아간 삶의 모든 순간들이 다 좋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방황하고 삶의 의미를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기에 그들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개밥바라기별』황석영, 문학동네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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