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여진 감정의 무늬를 헤아리다
두려운 방의 문을 열고 괴물이 아닌, 울고 있는 내 마음의 '나’를 만났다.
그 숨겨둔 울음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방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의 이야기이다.
닫힌 방 안,
벽에는 희미한 무늬들이 겹겹이 남아 있었다.
빛이 스며들지 않은 자리엔
켜켜이 쌓인 먼지와 오래된 얼룩이 남아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건 단순한 무늬가 아니었다.
반복되는 감정의 자국,
삶의 패턴이 남긴 흔적이었다.
┃지워지지 않는 것은, 아직 말하지 못한 감정이다
누군가의 말에 쉽게 상처받던 나,
비슷한 관계 속에서 같은 실망을 겪던 나,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열망과 후회의 나.
그 모든 장면이 무늬 속, 얼룩 속에 새겨져 있었다.
그제야 나는 기억해 냈다.
이곳은 나의 그림자의 방임을.
그곳에는 멈춰 있던
그림자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픔을 지우 듯 벽지를 뜯어 내려다
잠시 손을 멈췄다.
그리고 손끝으로 그 무늬를 쓰다듬었다.
'나’가 남긴 메모 같았다.
┃이해는 치유의 시작이 아니라,
기억의 복원이다
그림자는 내 적이 아니었다.
내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나의 한 조각,
미워할 수 없는,
나의 오래된,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이었다.
당분간 이곳에 머물러 보기로 했다.
내 마음의 ‘나’와 그림자들과 함께.
방으로 스며든 감정의 레이어를 따라가며
한 겹, 한 겹 내 마음의 기록을 읽었다.
한참을 머문 어느 날,
나는 ‘나’에게 조용한 마음을 건넸다.
어느새 방안의 그림자들이
조명처럼 나를 비추고 있었다.
그건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림자를 알아본 순간’,
그는 나를 지켜온 기억이 되었다.
┃받아들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의 시작이다
알아보았을 뿐인데,
방 안 공기가 달라졌다.
어둠은 그대로인데,
공기가 부드러워졌다.
내 방을 알아차리니,
비로소 창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창밖 풍경은 그대로이지만,
이제는 다르게 보인다.
내 마음의 ‘나’는,
무엇을 지키고 있었을까.
아니면
세상으로부터, 나 자신으로부터,
이 방을 지키고 있었을까.
불현듯 한 장면이 스친다.
┃내가 그린 그림 한 장
새벽의 고가도로 위,
어린 내가 서 있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나는 도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회색의 빛깔, 멈춰버린 도시를
빛도, 소리도 닿지 않는 곳에서 바라보고 있다.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눈물은 이해의 또 다른 이름이다
눈물의 의미를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모르는 대로 두지 않으려 한다.
내 마음의 닫힌 문 너머에 있는 ‘진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진짜 ‘나’를 만나러 간다.
┃건축 일기
내 마음의 집 안, 닫힌 방.
나의 그림자로 레이어링 된 공간.
나는 오늘, 그 방을 새로 단장하지 않기로 했다.
그림자를 품은 방,
그 안에서 진짜 나의 색이 비로소 드러날 테니까.
I go to find myself.
지워지지 않는 것은,
아직 말하지 못한 감정이다
이해되지 못한 감정은
형태를 바꿔 되돌아오고,
그림자는 우리가 잊은 시간의 표정을 지닌다
받아들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의 시작이다
회복과 성장을 돕는 심리적 사유와 통찰을, '마음건축소 · 인사이트룸'에 담아두었습니다.
함께 읽으면 이해가 깊어집니다.
다음 주 BUILD 1〈내 마음의 도면을 펼치다〉의 3화
‘낡은 설계도 · 파사드 점검’에서는
겹겹이 쌓인 감정의 패턴을 하나씩 살펴보는 첫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오늘도 마음건축소와 함께, 머물러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의 마음 공간 한쪽에,
한줄기 햇살이 스며들었기를 바랍니다.
SUN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