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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빌더 Mar 29. 2023

눈물로 시작하는 상담과 눈물로 마치는 상담

어떤 눈물이든, 울어도 괜찮아요

많은 상담은 눈물로 시작한다. 힘들고 고통스럽고, 어찌할 바를 몰라 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첫 회기, 두 번째 회기,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많은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어떤 상담은 얼어붙은 채 시작하기 때문에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떤 질문을 받아도 답답하고 모르겠는 마음, 어딘가 불편한데 무슨 감정인지 몰라 압도되고 진정제를 찾게 되고, 주제를 피하고 가벼운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시간을 오래 견뎌야 하는 상담도 있다.


오래 얼어붙어 있던 내담자와의 상담에서 최근 있던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며 압도되었을 때, 마음의 닻처럼 내릴 수 있는 편안한 곳을 찾기 위한 질문을 했다. 


"가장 편했던 때가 언제인가요? 그때의 느낌을 되살려볼 수 있나요?"


여간해선 울지 않는 나의 내담자가 갑자기 꺽꺽 소리를 죽이며 울기 시작한다. 어른이 된 아들이 힘든 일을 혼자 견디고 견디다가 엄마를 만나 숨죽여 우는 것 같은 모습이어서 마음으로 다독여주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울음은 필요하다. 이런 울음이라면 울어야지. 하고 시간을 갖고 기다린다. 그렇지만 아직 이 눈물의 의미는 듣지 못했다. 나에게 이렇게 느껴져도 내담자에겐 다른 눈물일 수 있을 터. 한동안 시간이 흐르고 조금 차분해지고 눈물의 의미를 물었다.


엄마의 품이 생각났다고. 신기할 만큼 편안했던 그 품이 떠올랐다고 하면서 한동안 그런 편안함을 느끼지 못했구나, 그리고 혹시 엄마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왈칵 눈물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이어지는 상담에서 최근 나아졌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며 한두 방울의 눈물이 다시 흐른다. 이 눈물이 하는 말은 안도감이라고 했다.


감정이 너무 힘들어서 느끼지 않으려 했던 내담자는, 이제 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깊은 구덩이로 땅 속으로만 들어가고 있다가 사실은 이 구덩이는 터널이라는 걸, 이제 조금씩 빠져나왔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눈물로 마치는 상담에서는, 얼어붙었던 감정들이 각자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뚜렷한 시야를 가지고 있을 수 있겠지. 


물 공포증이 있는 남편이 수영을 시작하면서 온갖 장비들을 챙기면서 수경이 뿌예지지 않게 리뉴를 바른다며 공병을 찾아 리뉴를 옮겨 담던 장면이 떠오른다. 두려움에 맞설 때 필요한 것은 이렇게 또렷한 시야.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잘 보는 것이 더 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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