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인드카소 Oct 28. 2022

꽃 한 송이에서 느끼는 보색의 효과

나의 오전 루틴은 9시경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9시 20분까지 공원에서 신문을 읽는다. 9시 30분에 댄스학원에서 가서 약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춤을 춘다. 온몸의 세포 구석구석 채워진 활기차고 의욕적인 에너지를 느끼며 기분 좋은 상태로 근처 카페로 향한다.


깊고 진한 매력의 에스프레소는 요즘 내가 푹 빠져 있는 커피다.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자그마한 스테인리스 쟁반에 물 한 컵과 같이 주는데, 이걸 들고 조심조심 내 자리로 돌아오는 순간은 어떤 설렘이 있다. 잔 밑에 깔려 있는 설탕을 티스푼으로 저은 뒤, 작고 앙증맞은 잔을 들고 홀짝 한 모금 마시면, 쓰고 달콤한 카페인과 함께 행복함이 내 안으로 스며든다. 무엇이든 하고 싶어 진다. 핸드폰으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남은 하루를 계획하거나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정리한다. 물론 항상 생산적으로만 보내지는 않는다. 톡으로 친구랑 수다를 떨거나 SNS에서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무엇을 하던 좋다.


카페에서 대부분 혼자 시간을 보낸다. 전혀 외롭거나 심심하지 않다. 동네 카페라서 한 번씩 지인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 순간은 또 그 자체로 반갑고 좋다. 언젠가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지인이 플라워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다며, 내게 꽃 한 송이를 주었다.

순간 기뻐서 미소가 피어올랐다. 보드랍고 고운 촉감의 꽃잎, 흰색을 품은 핑크색... 예뻐서 한참 살펴보면서 꽃이 주는 기분 좋은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런 생각을 했다.


핑크색은 젊어지고 행복해지는 느낌을 주는 색, 초록색은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색이라는 의미를 떠오르자 꽃을 보면 왜 기분이 좋아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꽃 자체의 핑크와 잎사귀의 초록의 배색이 근사하게 느껴졌고, 꽃은 보색을 무척 잘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색은 색상을 둥글게 배열한 도표의 색상환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반대쪽의 컬러를 말한다. 보색의 특징은 두 컬러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의 이랑주 저자는 "보색 관계의 색상은 서로 보완한다. 각자를 더 또렷하게 인지시키면서, 서로의 색을 방해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핑크색과 초록색은 함께 존재함으로써 그 대비로 눈에 띄는 시각적인 효과는 물론 경쾌한 느낌도 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밝은 에너지에 끌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봄이 되면 꽃놀이를 가고, 축하 자리에는 꽃이나 화분을 준비하며, 마음을 표현할 때는 꽃다발을 선물한다.  


보색의 효과는 인간관계에도 적용된다. 나랑 비슷한 성격의 사람은 무난함과 편안함은 있지만 지루해지기 쉽고, 나와 반대 성향의 사람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더 에너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보색이 촌스럽게 느껴지는 것처럼, 미묘한 차이로 안 맞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할 상대를 고를 때,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의 사람을 선택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보색처럼 반대 성향은 서로 어우러져 활기 있는 더 나은 삶이 펼쳐질 거라는 바람, 상대가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지 않을까?


작은 꽃 한 송이를 이루고 있는 핑크색과 초록색의 대비가 나의 소소한 일상의 행복과 생기를 주었다. 컬러 팔레트로 만들어보니,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기억해 두었다가 행복과 긍정적인 분위기가 필요한 디자인에 적용해보고 싶은 배색이다.




이전 09화 그라데이션의 대가에게 배우는 컬러 감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