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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카소 Oct 24. 2022

세월을 견뎌 온 컬러는 멋스럽다

여름을 상징하는 초록색과 파란색의 배색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속초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동해의 드넓은 파란색과 숲의 푸르름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강원도를 좋아한다. 자연이 주는 생기 있고 활기찬 에너지가 가득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속초중앙시장과 간이해수욕장, 청초호, 동명항, 아바이 마을, 속초등대전망대 등등 많은 곳을 걸어 다녔다. 여행지를 걷다 보면 뜻하지 않게 멋진 풍경을 마주하게 되거나,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한 우연은 재미있다.


이번 속초 여행에서도 가족과 청초호  바퀴 산책하다가 우연히 가게  카페가 있었다. 1952~2017 8월까지 60 넘는 시간 동안 배를 만들고 수리하는 일을 하다가 2018 2 '칠성 조선소'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재탄생된 곳이라고 소개한다.

조선소에서 사용하던 공구나 오브제, 사진을 전시해둔 뮤지엄과 커피를 파는 살롱 건물, 밖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플레이 스페이스, 지금도 배를 계속해서 만드는 오픈 팩토리로 이루어진 칠성 조선소는 2시간 넘게 머무를 만큼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았다.


과거 조선소였던 공간을 카페로 탈바꿈한 칠성 조선소는 청초호 뷰를 감상하며 커피를 마실  있는 멋진 곳이었다. 지난 역사와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살려낸 분위기가 카페 이지만 카페 같지 았다. 조선소 뮤지엄 혹은 복합 문화공간처럼 느껴진 공간은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올해 출간한 "세상에서 가장 쉬운 sns 콘텐츠 디자인 with 캔바"에서 나는 디자인을 이렇게 정의했다.


디자인이란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  


사람들에게 어떻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좋은 인상을 받았던 적이 언제였을까?


1.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2. 배려받았을  
3. 문제가 해결되었을  



3가지로 정리했는데, 역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넓게 펼쳐진 파란색 위의  글씨로 쓰여 있는 '바닷가 마을의 오래된 조선소'라고 소개하는 문장을 읽는데 말로 설명하기 힘든 뭉클함이 있었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곳에서 배를 수리하고 만들었을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들이 살아온   자체가 아름다움으로  마음에 닿은 것이다. 그런 인간적인 호기심과 흥미로움이 가득했던 공간,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특히  시선을 오래도록 머물게 했던 것은 벽이었다. 60년이 넘는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낸 시멘트 벽과  위에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낡아서 떨어진 페인팅은 우연히 만들어낸 하나의 추상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입구 쪽의 채도, 즉 컬러의 선명도가 낮은 그레이와 건물  면의 에메랄드빛 페인팅 그리고 파란색 지붕,  앞에  있는 푸른 나무  그루가 그려낸 배색 역시 내게 잊지 못할 인상을 남겼다.

저채도의 색감은 수십 년 동안 이곳을 거쳐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연을 차분하게 전하는 것 같았다.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파란색 페인팅이었다. 담담하게 지난 시간을 받아들이는 회색 벽과 바다를 연상시키는 파란색의 배색이 근사하게 느껴졌다. 특히 여기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은 파란색의 비율이었다. 컬러는 단독으로 존재하고 있을 때는 어떤 느낌이나 인상을 받기 어렵다. 다른 색과 관계 속에 있을 , 비율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떨어진 판자 위에 넓게 펼쳐진 파란색과 나무로   일부의 파란색, 기계가 들어가는 입구 테두리의 파란색은 같은 색이지만 모두 다른 느낌을 준다. 컬러의 배색은 물론 비율에 라 다른 느낌까지 눈여겨보고 관찰한다면, 디자인적인 감각 향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얼마나 선명한 파란색이었을까? 동해 바다의 색감만큼 푸른색이지 않았을까?


견뎌온 세월만큼 채도가 떨어진 파란색, 표면의 자연스러운 낡음 역시 충분히 멋있었다.  가지를 오랜 세월 지속하면서 터득한 지혜가 가득한 사람에게서만 느낄  있는 아우라가 칠성 조선소의 공간 곳곳에 존재했다. 세월을 견뎌  컬러는 그런 사람만큼 멋스럽고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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