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웃어라 얍!

3가지 루틴

by 마인드카소

아이가 검지 손가락만 펴서 내 쪽으로 향한다. 마법사처럼 손가락을 돌리면서 “웃어라~ 웃어라~~” 주문을 외더니 “얍”하면서 멈춘다. 그럼 나는 하하하 웃는다... 상황 종료다.


이게 뭐 하는 거냐고?


이건 연극도 놀이도 아닌 아이와 나 둘만의 감정 루틴이다.


루틴. 요즘은 습관이나 패턴을 루틴이라고 표현한다.

가정 보육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세 가지 루틴이 있다. 감정 루틴, 하루 루틴, 산책 루틴. 이 세 가지 루틴 덕분에 아이와의 관계, 아이와 함께 하는 하루가 조금은 원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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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감정 루틴

아이와 하루를 함께 보내다 보면 기분이 언짢아지거나 아이에게 화날 때가 있다. 우리 집 같은 경우는 아이 식사태도로 종종 갈등이 생긴다. 문제는 이 식사시간이 하루 3번이나 있다는 것! 최소 하루 3번은 내 감정이 안 좋다는 뜻이다. 여러 번의 경고 끝에 아이도 잘 먹어 보려고 의자에 앉지만 한 숟가락 먹고는 또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참다 참다 “먹지 마! 다 치울 거야”와 같은 날 선 협박의 언어가 튀어나오는 것이다.

순식간에 집 안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아이는 억울한 마음이 들면 울어 재끼고 미안한 마음이 들면 내 표정과 행동을 살피며 눈치를 본다. 긴장된 분위기는 아이도 나도 불편하다. 마음이 더 불편한 사람이 먼저 사과하는 법이라더니 집 안의 약자인 아이는 그 냉랭함을 깨는 한마디를 외친다.


“웃어라, 웃어라 얍!”

화난 정도에 따라서 웃을까 말까 고민이 스치기도 하지만 그냥 일단 웃고 만다. 하하하

아이도 웃는다. 그 뒤에 나는 아이에게 왜 화가 났는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다음 식사시간에 또 반복될 걸 알면서도...


어이없는 웃음이든, 억지웃음이든, 소리만 내는 웃음이든 어떤 형태든 웃음으로 한번 분위기를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웃고 나면 연극의 다른 막이 시작되는 것처럼 분위기가 한번 바뀐다.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안 좋은 기분을 오래 담고 있는 건 서로에게 좋지 않다. 특히 아이에게 해롭다.

아이든 나든 누군가가 먼저 “웃어라 웃어라 얍!”이라고 외치면 그냥 한번 웃기로 하는 것.

때로는 아이다 “내가 먼저 웃을 테니까, 엄마도 웃어봐”라고 했을 때 그냥 씨-익 웃어주는 것.


둘 다 안 좋은 감정에서 벗어나서 우리 다시 잘 지내자고 서로에게 건네는 암묵적인 약속이자 감정 루틴이다.




두 번째 하루 루틴

하루 루틴은 오늘을 대략적으로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일정표다.

이 큰 틀을 갖고 있으면 언제 엄마로서 온전히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지, 언제 아이에게 집중해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아이도 엄마와 어떻게 보낼 것이지 예측할 수 있으니 조금은 더 안정적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하루 루틴은 아이가 낮잠을 잘 때와 낮잠을 끊었을 때, 유치원 등원을 하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 계절과 상황, 아이의 성장에 따라 달라진다.


아이가 낮잠을 끊고 나서 4살 후반 이후의 루틴을 되돌아보면 대략 이렇다.

오전

7시 기상

~8시 침대에서 꽁냥 꽁냥

~9시 아침식사 완료

~12시 놀이나 그림책

오후

~1시 점심 먹고 외출 (오전에 나갈 때는 도시락이나 밖에서 점심 해결)

~5시 숲, 도서관, 미술관 등

~6시 귀가해서 씻고 휴식

~7시 저녁식사

~8시 놀이 그림책 / 양치

~9시 침대에서 그림책 / 이야기 / 잠자리


심플하다.

한 시간 정도 차이가 날 때도 있지만 이 선에서 하루를 보내는 편이다.

모든 일의 마무리가 중요하듯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식사 이후의 루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도착해서 무엇부터 할 것인지 미리 이야기를 나누면 저녁 시간을 좀 더 수월하게 보낼 수 있다.

“집에 가자마자 목욕부터 할 거야. 그다음 저녁 먹고, 그림책 2권 읽고, 양치하고, 또 그림책 읽고 코~ 자자. 어때?”

아이가 특별히 원하는 것이 있으면 적당히 넣어주면 된다. 이런 식으로 미리 예측할 수 있게 이야기 나누는 것이 습관이 되니 아이는 자기 전 양치를 스스로 챙기기도 한다.


매일 똑같아도 집에 들어가기 전에 도착해서 할 일의 순서를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중에는 아이가 먼저 어떤 순서대로 하루를 마무리할 것인지 이야기한다.

이때 엄마는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미리 생각해두고 귀가해서 금방 먹을 수 있게 준비를 해두면 시간을 조금 더 단축할 수 있다.



마지막은 산책 루틴이다.

가정 보육한다고 매일 서울로 나들이 가거나 아이를 위한 체험이나 여행을 다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아이와 편하게 집 근처를 산책하면서 구석구석 숨어있는 다양한 공원을 발견했다. 놀이터, 작은 숲, 도서관, 카페, 중고 장난감 가게를 구경하러 다녔다. 그렇게 3년을 다니다 보니 우리만의 산책 루틴, 산책 코스가 크게 5가지 정도 만들어졌다. 어디 가지? 고민할 필요 없이 신발 신고 집을 나서면 어디든 갈 곳이 있는 것이다.


“오늘은 도서관에 갔다가 장난감 가게 들려서 구경하고 모래 놀이터에 놀다 올까?”

“탄천으로 씽씽카 타고 호수공원은 어때?”

“도서관에 들렸다가 작은 숲에 올라서 정자에 다녀오자.”


어디든 가기 편한 산책 코스 몇 군데가 정해져 있으니 오늘은 어디 가지? 뭐하지? 아이와 갈 곳 여기저기를 검색하는 시간과 스트레스가 거의 없었다.

그런 일상 속에서 가끔은 서울에서 하는 전시를 보러 가거나, 다른 지역의 큰 공원에 놀러 가고, 주말에 온 가족이 여행을 다녀온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감정 루틴, 하루 루틴, 산책 루틴이 있다면 아이와 더 안정적이고 괜찮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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