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만해요? 할 만해진 질문

by 마인드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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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빠른 동작 때문에 이틀 연속 머릿속이 복잡한 채로 수업이 끝나버렸다. 춤의 어려움과 즐거움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달까. 목적없는 상태에서 어렵다의 힘이 더 세지면 뒤도 안 돌아보고 다 때려치우는 길로 들어설 것이다. 새로운 걸 배우는 대부분의 과정이 그렇다. 지금의 나는 춤으로 원하는 바가 있어서 이 스트레스와 즐거움을 어쨌든 밀고 나갈 테지만, 더 솔직히는 나도 모를 일이다.


수업이 끝나고 생각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호기롭게 춤을 배우러 왔다가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만두었을까. 성인이 되어, 새로운 분야에, 스스로의 의지로, 배움의 어려움을 밀고, 계속해 나가는 일이, 정말 '만만한' 일이 아님을 매일매일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 학원에서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일 것이다. 즉 내게는 대단하게만 보이는 분들이다.


지금의 나는 그 극소수에 남고 싶다. 하지만 그건 바람이고 시간이 지나봐야 알게 되겠지. 남아 있을지, 나와 있을지.


어려움 지수가 80%까지 치솟아서 수업 내내 뛰기도 싫은 그런 날이었다. 흥이 안 나는 날, 내 마음은 하나도 모르는 선생님은 자꾸자꾸 진도를 빼서 ‘어려움'이 곱절 된 날! 지금 글을 쓰면서 그래도 20%의 즐거움에 집중해서 열심히 할 걸 후회가 되지만, 그날은 감정에 충실한 소극적인 몸 짓만 겨우 했다.


수업이 끝나고 터덜터덜 학원을 나와 계단을 내려가는데, 누군가 내게 물었다.


"할만해요?"


처음 학원에 갔을 때, 청소를 하시다가 빼꼼 고개를 내민 나를 발견하시고는 안쪽으로 안내해 주셨던 분이셨다.



나는... 할만한가,



'아니요, 언니! 저 전혀 할만하지 않아요! 제 머리는 너무 나쁜가 봐요! 거울 속 선생님과 현실의 선생님의 오른발과 왼발을 모르겠어요! 그래서 따단따단 뛰는 게 무서워요! 다들 어떻게 몇 번 보고는 외우는 거예요? 학원을 나가면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럼 연습을 할 수가 없잖아요! 전 어떻게 해야 해요!'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마음속으로 무언의 랩처럼 외칠 뿐, 나의 대답은



"어려워요..."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해요. 저도 너무 어려웠어요. 앞에 계신 분들은 다 잘하시고~ 근데 5년쯤 선생님 하시는 거 계속 보면서 하니까 이제는 좀 해야 하지 않겠니? 몸아? 싶은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아, 네.."


회원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문득 생각났다. 학원에 두 번째로 온 날, 수업이 시작되기 전 그분이 내게 말했다.


"절대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해요~"


그때 나의 호기로웠던 대답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네네!! 저 스트레스는 안 받아요!!!"


하하. 한 달 뒤 이런 어려움을 느낄 줄은 그땐 전혀 몰랐다. 마냥 재미있을 줄 알았지.


나의 1개월과 회원님의 5년. 간극 4년 11개월.


그래, 아직은 아이처럼 그냥 못하는 대로 있어도 좋을 때잖아? 나는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지?



회원님의 할만하냐는 이 질문은… 뭐라고 해야 할까, 고마웠다. 오늘 같이 어려운 날, 어쩌다가 또 신나는 날 모두 다 잘 보내고, 끝내 살아남아 춤추는 나로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전혀 할만하지 못해서 우울한 내게, 다시 할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 귀한 질문이었다.


지나가다 살짝 들여다본 누군가의 작은 관심이 이렇게 다시 힘을 내게 한다.


할만하지 않았는데 할 만해졌다.

정말정말 고마워요, 언니!



몇년이 지나고 학원에 지금의 나와 같은 신입 회원이 있다면 나도 다정하게 “할만해요?”라고 물어 볼 것이다. 미래의 회원이 어렵다고 답한다면 오늘의 나에 대해 이야기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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