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잔소리로 인한 부작용
Photo by Adi Goldstein on Unsplash
우리가 일상적으로 흔히 사용하지만, 그 부작용을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잔소리'이다. 특히 '잔소리'의 경우에는 말하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좋은 의도'(즉, 똑바로 혹은 제대로 행동하도록 하기 위해!)로 하는 것이며, 그래서 '결과도 좋을 것이다!'(올바른 행동으로 이끌어 건강해지거나 성공하도록 하는)라는 "확신"을 가지고 하는 행동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대방의 상태나 실제적인 결과에 상관없이 너무도 당당하게 잔소리를 하며, 잔소리에 반발하는 상대방의 반응에 대해서 비난을 하거나 더 심한 잔소리로 확대되는 경우도 많다.
과연 그럴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경우가 많다. 오히려 생각지도 않고 고려하지도 못하는 부작용이 더 많은 것이 바로 '잔소리'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래의 (좋은)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결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잔소리'이다.
'잔소리'가 가장 먼저 일으키는 문제는 상대방의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특히 자주 반복되는 잔소리는 부정적인 감정이 축적되게 만들고, 나중에는 '잔소리를 한다 싶으면' 말의 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짜증부터 나게 되는 현상을 초래한다.
보통 '잔소리'의 내용은 행동에 대한 통제나 지시적인 내용이다. '게임 좀 그만해라', '방 정리 안 하니?', '밥 먹을 때 핸드폰 좀 보지 마!', '왜 이렇게 공부를 안 하니?', '당신은 왜 그렇게 정리를 안 하는 거야?', '김대리, 이 정도밖에 못해?', '김과장, 왜 이렇게 늦는 거야?' 등등등. 지금 제시한 대표적인 '잔소리'의 예시들을 읽은 소감이 어떤가? 갑자기 짜증과 부정적인 감정들이 밀려오지 않는가?
그런데 문제는 보통 '잔소리'의 기준은 말하는 사람의 일방적인 기준인 경우가 많으며,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며 말하는 사람(즉, 잔소리하는 사람)의 주관적 가치와 기준에 따른 평가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잔소리를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동의하지 않거나 다르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잔소리의 경우에는 지위나 역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예를 들어 '부모'나 '상사' 등) 자신이 동의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척하거나 억지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욱더 강한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잔소리'는 하는 것 자체로도 상당한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리고 보통은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하는 애정 어린 행동(?)이다. 그래서 잔소리가 가득한 사람들이 '나도 이런 얘기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니?', '네가 똑바로 하면 안 그래도 되잖아!', '네가 잔소리를 하게 만들잖아!' 등등의 얘기를 덧붙이게 된다.
그러나 잔소리하는 사람의 (긍정적) 의도와는 상관없이 잔소리를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단 부정적 감정이 생겨버리기 때문에 상대방의 긍정적 의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축적되면서 '아무리 맞는 얘기'를 해도 아예 귀를 닫아 버리거나 오히려 반대로 하고 싶은 욕구(즉, 반발심)가 커지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런 현상은 중2병에 한참 괴로워하는 부모와 자녀 간에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분명히 엄마는 자녀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 조언(즉, 잔소리)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중2병에 사로잡힌 자녀는 '아~ 듣기 싫어~ 짜증 나!'라는 극히 부정적인 감정적 반응부터 보인다. 이를 보면서 부모는 '안 되겠어! 아이가 점점 문제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아! 더욱 강하게 조여야 돼!!'라고 생각한다. 자녀의 이런 반항적인 행동이 그동안 지속되어 온 잔소리나 (아이가 생각하기에는 부당했던) 통제로 인한 부정적 감정이 축적되어서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이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사건건 시시비비 하는 상사의 지시나 언급에 대해서는 그 내용 상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도 않고 '아.. 꼰대!.. 증말..'이라고 하면서 아예 소통 자체를 단절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행동으로 인하여 더 많은 문제들이 파생되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부하직원의 '내적 동기'와 '몰입'을 심하게 저해시키며, 조직 자체나 상사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반응을 심화한다. 물론 상사도 깨닫지 못한다. 이런 부하직원의 행동이 '신세대의 버릇없음'이나 '개인주의적 성향'이라고 해석해 버린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을 조금만 바꾸면 그들에게 다시 열정과 몰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하거나 혹은 더 심한 잔소리를 하게 된다.
'잔소리'로 인하여 발생하는 갈등은 정말 피곤하다. 왜냐하면 '잔소리'라는 것 자체가 자주 발생하며, 광범위한 영역에 대해서 언급하고, 상당히 일방적이기 때문이다. '코끼리를 죽이는 방법' 중 가장 잔인한 방법이 바로 '죽을 때까지 바늘로 찌르기'이다. 생각해보라, 얼마나 지치고 피곤하겠는가? '잔소리'의 역기능이 딱 그렇다! '잔소리' 자체만 놓고 보면 소소하고 작은 것 같지만, 그것이 쌓이고 축적되면 엄청나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어떤 대인관계라도 관계 속에서 긍정적 사건과 우호적인 교류가 많이 발생해야 관계가 유지되고 발전하게 된다. 아무리 필요한 관계이며 좋은 관계였다고 하더라도, 부정적인 언급과 갈등이 심화되면 관계는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보면 '잔소리'는 관계 증진이나 혹은 행동 개선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극히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사건이다. 생각해보라. 집에 들어오자마자 계속해서 '잔소리'를 하는 부모나 배우자와 어찌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는가? 어쩌다 좋은 마음으로 외식이라도 할라 치면, 옷 입는 것부터 식사 습관이나 예절까지 '잔소리'를 해대면 어디 밥이 제대로 넘어가기나 하겠는가?!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바로 '관계 단절'이다. 중2병의 자녀는 부모와 아예 소통하지 않으려고 하고 속된 말로 부모의 말을 "개무시"한다. 그런 행동에 대해서 부모는 더욱 심한 '잔소리'를 하지만, 실제로는 잦은 '잔소리' 및 '잔소리'로 인하여 그동안 축적되었던 부정적인 감정들로부터 자신의 방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 상사의 '잔소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불손한 태도'나 '상사의 지시에 반발하는 과정'도 나름대로의 저항 방법이나 방어 수단이다. 이런 저항이나 방어를 해도 해결되지 않으면 아예 사표를 쓰게 된다.
즉, '잔소리'는 원래의 의도와 전달받는 사람의 느낌이 무척 다르며, '잔소리'를 하는 사람과 '잔소리'를 듣는 사람 간에 원래 의도(좋은 행동으로 발전하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갈등을 심화시키며 심한 경우 관계를 단절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다른 해석으로 서로를 비난하고 힐책한다. 즉 아무도 이기는 사람 없이 감정적인 상처와 갈등만 남기는 좋지 않은 방법이다.
(잔소리를 대신할 수 있는 효과적인 소통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제대로 쓰겠지만) '잔소리'를 하고 싶다면, "한 번에 몰아서 제대로, 그리고 진지하게 (문제행동에 대해서) 언급"해야 한다. 그리그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감정적 반응(수긍하는지 혹은 반발하는지, 타인의 조언이나 지적을 들을 상태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 혹은 대면한 것만으로도 짜증이 올라오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민감해야만 성공적 대화를 할 수 있다.
원래 좋은 얘기를 나누는 것은 쉽다. 그러나 문제점이나 갈등이 예상되는 대화를 나누는 것은 항상 어렵다. '잔소리'란 이런 대화 법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고려하지 못한 섣부르고 미숙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일 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일단은 불필요하고 듣기 싫어하는 잔소리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라! 그것이 그나마 관계라도 망치지 않는 방법이며, 관계라도 유지되어야 다음번에 소통할 기회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