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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pr 02. 2020

재혼해도 될까요?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사람 이야기. 이혼하고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내담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다시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았는데..

상담자. 어떤 부분이 좋았어요?

내담자. 그 사람은 저를 배신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 사람은 원래 이성을 많이 사귀는 편도 아니어서, 저만 바라보고 저만 위해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상담자. 그 사람 자체는 어땠어요?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이나 성격이에요?

내담자. 네! 제가 원하는 사람 맞죠. 저는 이제 다른 건 필요 없어요. 그냥 저한테 배신 때리지만 않으면 돼요ㅠㅠ

상담자. 음.. 그러니까 그 사람 자체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신 것이 아니라, 배신을 할지 말지에 대해서만 고려하신 거네요. 다른 부분들은 어떠신대요?

내담자. 다른 부분들이요? 그건 아직 잘 모르겠어요.  




0. 왜 재혼과 관련된 글은 적을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아도 재혼과 관련된 글은 적은 편이다. 재혼을 소개하는 기관들에 대한 광고는 많은 편이나 재혼 과정이나 관련된 심리적 이슈들에 대한 글들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일단 그 이유 중 하나는 재혼이 결혼에 비하면 빈도수나 비율 자체가 적은데 기인하는 것 같다. 빈도수만 보자면, '결혼 > 이혼 > 재혼' 순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지 빈도수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재혼과 관련해서는 훨씬 더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있다. 일반적인 결혼에 비하면 각자의 상황이 매우 다양하며 나름대로의 사연들도 많다. 그리고 고려하거나 이슈가 될만한 요소들도 훨씬 더 많은 편이다. 그래서 함부로 일반적 수준에서 재혼에 대하여 논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이 글에서는 일반적인 사회적 인식이나 재혼과 관련된 편견들을 하나씩 논의하고 밝히자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심리적인 측면에만 집중을 두고자 한다. 심리적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들과 고려해야 할 점들, 그리고 이미 아픔을 겪은 상태에서 더 큰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내용들만을 기술하고자 한다. 



1. 재혼 리얼리티


재혼은 결혼보다 더 어렵다.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한 가정을 이루는 과정이라는 공통점은 있다. 하지만 결혼에 비하여 분명히 더 어렵다. 그 이유는 3가지 정도이다. 


첫째, 재혼은 과거의 상처를 품은 채 만나는 것이다. 그 상처가 얼마나 아물었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어찌 되었건 상처를 경험했던 과거가 있다. 상처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처들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이와 같은 상처는 두 가지 차원에서 문제가 되는데, 상처 자체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상처가 반복될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다. 이는 온전히 재혼을 하고자 하는 두 사람이 두 사람에게만 집중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게 된다. 


둘째, 재혼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관계(원가족 포함)가 훨씬 더 복잡하다. 현재의 원가족(본인의 이전 배우자 원가족(예전 장인/장모 및 그 가족 등) 포함) 뿐 아니라 새로운 원가족이 관계에 포함된다. 게다가 상대방의 가족뿐 아니라 상대방의 이전 배우자 원가족까지 얽히는 복잡한 양상을 띤다. 물론 인연을 끊거나 정리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는 않으며, 어느 순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잠재적 요소로 내재되어 있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이 문제가 심각해진다. 왜냐하면 자녀가 있는 경우 재혼할 사람들과 그들 자녀와의 직접적인 관계도 중요하지만 상대방 배우자의 원가족이 개입할 여지가 더욱 높기 때문이다. 이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할머니나 할아버지로서, 혹은 가족으로서의 관계를 요구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경우들도 많기 때문이다.  


셋째, 이혼을 한 원인과 관련된 이슈이다. 그나마 사별 등의 경우에는 관계 능력 자체에서는 상대적으로 문제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관계 상의 이슈 등이 이혼의 원인이 되었을 때에는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이혼의 책임이 재혼하고자 하는 상대방의 배우자가 아닌 재혼 고려 대상자에게 있을 경우에는 이혼의 원인이 되었던 문제들이 반복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론 반드시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다르면 관계 양상도 다르며, 두 사람 간에 더 나은 상호작용을 하면 된다. 무조건 나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진지한 고려는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성격적인 원인의 경우에는 바뀌지 않고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 재혼을 권유하는 경우


여러 가지 잠재적인 고려점들에도 불구하고 재혼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경우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에 대해 의지하는 경향이 뚜렷한 경우이다. 성격 중에는 더불어 사는 것이 더 맞는 성격이 있다. 그런 성격의 경우에는 혼자 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고 심리적 고통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는 재혼을 하는 것이 좋다. 단, 신중하게 상대방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이전 배우자와의 심리적 이별과 정리가 충분히 이루어진 경우이다. 이는 두 가지 차원에서 조망해 볼 필요가 있는데, 하나는 시기적 차원이며 다른 하나는 심리적 독립이다. 만약 상대방이 이혼을 한 지 6개월 이내라면 충분한 정리가 안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정해진 규칙은 아니지만 최소한 1년 정도는 지난 후 재혼을 고려하기를 추천한다. 다른 한 가지는 심리적인 독립이다. 어찌 되었건 부부로서 연을 맺고 몇 년을 살았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심리적 의존을 하게 되며 서로에게 맞춘 생활 패턴을 가지게 된다. 이혼 후 충분히 심리적인 독립을 이루었다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심리적 의존과 익숙함이 많이 남아있다면 이는 큰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두 가지, 충분한 시간이 경과하였으며 심리적 독립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하면 재혼은 결혼과 마찬가지로 선택일 뿐이다. 


셋째, 마음의 치유와 발전이 확실한 경우에는 재혼을 해도 된다. 어찌 되었건 관계 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며, 그 안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맞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어야 한다. 물론 재혼 상대의 이전 배우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응이 다르면 결과도 달라지는 법이다. 어찌 되었건 스스로 충분한 마음 치유와 대응 능력 상 개선이 확실히 있다면 그때는 진지하게 재혼을 고려해도 된다.  



3. 재혼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은 경우


물론 상담자가 나서서 재혼을 하겠다는 내담자를 말리지는 않는다. 다만 합리적인 판단을 도와주며 재혼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도록 해주기는 한다. 그때 고려하는 몇 가지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뚜렷한 심리적인 어려움이나 고통이 있는 경우이다. 어떤 이유라도 현재 심리적인 고통이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재혼은 무리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는 우울증이나 사람과 관련된 상처나 불신이 많은 경우 등이다. 왜냐하면 재혼은 결혼보다도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부상당한 축구 선수는 무리해서 경기를 뛰기보다는 부상 치유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난 후 경기를 뛰어야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심리적 어려움부터 확실하게 치유한 후 재혼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 


둘째, 이전 결혼에 대한 심리적 정리와 이별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이다. 예를 들어 대화 중 자꾸 이전 배우자 얘기를 꺼낸다던가, 술에 취하면 이전 결혼과 관련된 감정들이 지나치게 드러나는 경우들을 말한다. 이와 같이 이전 결혼에 대한 분명한 정리와 심리적 이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재혼을 다시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이혼과 관련된 아픔이 어찌 그리 깔끔하게 정리되겠는가?! 하지만 새로운 사랑을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 만난 사랑하는 사람에게 과거의 얘기를 너무 하는 것은 경우가 아니다! 이는 새로운 사랑에 대한 충분한 예의 및 배려와 관련된 문제이다. 


셋째, 가족 이슈가 너무 복잡해지는 경우이다. 이나저나 아픔을 가진 사람끼리 새롭게 사랑을 만들어 가는 것은 좋은 일일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노력과 에너지 투여가 필요하다. 그런데 가족 이슈나 원가족 이슈로 인하여 에너지가 분산되며 신경 쓸 일이 많아지면 두 사람 간의 건강한 관계를 공고히 형성하는데 방해가 된다. 이중에는 상대의 이전 원가족과의 지속적인 관계가 유지되는 경우라던가, 재혼을 하고자 하는 두 사람 외에 재혼에 대해서 (특히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경우들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재혼과 관련된 조언 중 사별한 경우가 낫다고들 한다. 또한 자녀가 없을 경우가 더 낫다고들 한다. 이것이 절대적으로 옳은 말은 아니지만 고려할만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는 표현이기는 하다. 사별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외적인 원인에 의해서 이전 배우자와 결별을 한 것인 반면에 심리적인 정리나 이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재혼할 경우 새롭게 관계를 맺어나가야 할 대상 자체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대상이 그리 녹녹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혹은 재혼을 환영한다고 해도 자녀들과의 관계 형성이나 관리는 또 다른 과제이다. 


물론 이와 같은 심리적 과정이 재혼에만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재혼이라는 과정을 놓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와 같이 심리적 과정들을 들여다보고 보다 행복하고 덜 스트레스받는 방향으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재혼을 하는 경우 항상 '또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품고 산다. 그에 대한 대답은 '실패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된 노력을 하는 것'이다.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데 필요 이상의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이를 피할 이유도 없다. 또한 불나방처럼 다시 힘들 것이 뻔한데 무조건 감정에 이끌려 달려드는 것도 문제이다. 결혼보다 더 힘든 과정인 만큼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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