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사람 이야기. 이혼하고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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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 어떻게 지내셨어요?
내담자. 그냥 그럭저럭 잘 지냈어요. 막상 살아보니.. 누구나 다 똑같더라고요..(웃음!). 어떤 때에는 이 미친 짓을 내가 또 왜 했나 싶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그래도 잘했지.. 싶기도 하고 그래요^^
상담자. 어떤 때 후회가 되세요?
내담자. 진짜 사람은 안 변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한편으로는 원래 사람이라는 게 다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더 많아요. 첫 번째 결혼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제가 계속 상대방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게 있는데.. 그게 그냥 저의 기대일 뿐 실현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훨씬 더 많이 포기하게 된 거 같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게 늘었다고나 할까?
상담자. 어떤 때 잘했다는 생각이 드세요?
내담자. 같이 있고 의지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한 번씩 다 아픔을 겪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서로 조심할 부분이 뭔지, 해서는 안될 부분이 뭔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수준은 어디인지 정도는 아는 거 같아요. 그래서 안 싸우는 건 아닌데요, 적당히 해요~ 상황 봐 가면서 더 이상 나가면 큰 사고 나겠다 싶은 그런 감각은 늘어난 것 같아요. 에휴.. 첫 결혼 때도 이랬으면 굳이 이혼 안 해도 되었을 건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ㅠㅠ^^
재혼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 중 하나는 혹시라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어 또다시 실패를 경험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결혼에 실패한 이유나 원인을 찾아 그것을 해결하였을 때에는 혼자 살던, 재혼을 하던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금 현재의 요구에 따라서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결혼에서 실패를 경험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나친 '이상적 기대'이다. '글로 배운 결혼'과 '현실로 경험하는 결혼'은 다르다. 장밋빛이며 사랑과 행복만이 가득할 줄 알고 하는 결혼은 필연적으로 실망과 좌절을 가지고 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좌절되고 스트레스를 주는 기대는 '상대방이 나의 기대에 맞추어 바뀌어질 것이라는 기대'이다.
당신의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라! 배우자였던 사람이 본인의 기대에 따라 변화했는가, 아니면 기대를 포기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하고 받아들였는가? 아직도 배우자에 대한 내적인 (이상적) 기대를 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기대에 따라 움직여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면 아마도 재혼에서도 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비현실적인 환상이나 기대가 아직도 많다면 재혼에 대한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재혼에 대한 실제적인 기대가 '서로 의지하고 어려울 때 힘이 되면 좋겠다' 정도면 괜찮다. 재혼 상대가 나의 기대에 따라 변화해주었으면 좋겠지만 나의 기대나 요구에 '맞추어주려고 노력하는 정도'만 기대한다면 그것도 오케이이다. 더불어 나도 상대방에게 '웬만한 부분은 맞추어 주어야겠다!'라는 결심이 있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상대방과 자신과 사이에 대해서 '균형 있는 Give-and-Take의 관점'이라면 충분하다. 만약 'Take'('이 결혼(재혼)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나?' 혹은 '상대방이 나한테 해주었으면 좋겠는 것' 등)에만 너무 치우쳐져 있다면 또 실망하고 좌절하게 된다. 반대로 나의 요구나 바라는 것에는 너무 소홀한 반면에 'Give'('이번에는 꼭 상대방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해 줘야만 해!' 혹은 '저 사람을 위해서 무엇을 해줄 것인가?' 등)하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 강한 것도 문제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지치고 공허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이혼은 보통 큰 아픔이 아니다. 수년에 걸쳐 힘들었으며, 과정도 힘들고 결과도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심리적으로 힘들고 괴로웠던 만큼 심리적 상처도 깊으며 치유에도 시간이 걸린다. 상당수의 경우에는 완치라는 것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신체적인 문제의 경우에도 신체적 손상이 크면 '흉터'라는 것이 남듯이 마음의 흉터를 남겨서 두고두고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불치병은 아니지 않은가?! 어느 정도 마음의 치유가 이루어지고 나면 다시 일어나 예전과 같이 활동하고 행복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 이상으로 과거의 아픔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상처가 아문 뒤에도 일정 시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충분히 거쳐서 또 다른 사랑과 혼인관계를 맞이할 수준으로 마음의 건강을 되찾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
만약 '이번 결혼(재혼)도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에 '격한 두려움과 걱정'이 몰려오면서 '다시 행복한 결혼 생황을 할 자신이 없어!'라는 생각에 도망가고 싶은 생각과 관련된 감정이 격해진다면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이다. 대신에 '이번 결혼(재혼)도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에 '됐어! 상대방도 다르고, 나도 변했잖아! 서로 노력하면 잘되겠지?!' 정도의 생각과 감정이 든다면 괜찮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의 배우자와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에서 '어..! 저 인간도 저래네.. 헐~ 알고 보니 똑같은 인간이었네ㅠㅠ 아.. 안돼! 이건 아니야!!'라는 생각과 더불어 과거의 관계에서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이 격하게 재 경험된다면 이 또한 충분한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대신에 '잉? 이 사람도 저런 행동을 하네.. 에휴.. 지난번 그 인간 저거 때문에 내가 참 힘들었는데..ㅠ 그래도 이 사람이 그 사람은 아니니까?!' 정도의 생각이 든다면 괜찮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떤 분이 쓰신 글 중에서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결혼에는 일반론이 없다!'라는 제목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너무도 맞는 얘기고 정확한 통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결혼이란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특별한 협주곡과 같은 것이다. 한 사람만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며, 실력이 조금은 부족한 두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조화가 훌륭하면 좋은 음악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재혼'이라는 것이 한번 이상의 결혼 상 종결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이전 결혼과는 무엇이 달라도 달라야만 성공할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나는 얼마나 달라졌는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앞서 기술한 대로 '나의 기대가 너무 이상적이지는 않은가?'에 대해서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감과 건강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이전 결혼에 비하여 감정관리 능력이나 갈등 대응능력 등에서도 얼마나 변화가 있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그 안에서 배우고 학습하여 성장하고 변화된 모습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선 자신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그래서 새로운 도전(즉, 재혼)을 해도 되겠는지부터 검토하라.
두 번째는 '상대방은 얼마나 다른 사람인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결혼 후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잘못된 만남과 선택'을 하였다는 점이다. 결혼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였을 때 고려했어야 할 여러 가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선택이었다는 후회를 한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현재 고려하고 있는 배우자는 이전의 선택에 비하여 얼마나 다양하고 건강한 측면들을 고려하여 선정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상황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결혼이든 재혼이든 '극히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한 지붕 아래서 살 맞대고 사는 과정'이다. '극히 다른 문화적 배경'이라 하면 각자의 원가족 가족문화나 가족 내 역동 등을 지칭하는 것이다. 또한 초혼을 할 때와는 나이도 많이 먹었을 것이며, 경제적인 상황도 많이 다를 것이다. 이와 같은 외적 및 환경적 상황이 얼마나 다른 지도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재혼을 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은 절대적으로 선택일 뿐입니다. 그래도 재혼에 대해서 고민할 주제를 던지는 이유는 '만약'이라는 전제 때문이지요. 한번 실패한 아픔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자신을 아프게 하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만듭니다. 재혼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일들을 대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실패는 반복되지 말아야 하며, 충분한 대비와 개선책을 가진 채로 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준에서, 핵심적인 요건들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하고 생각해보는 것은 항상 좋습니다. 지나친 고민도 필요 없으며, 지나친 긍정적 관점도 문제입니다. 본인의 행복을 위하여, 그리고 건강하고 행복한 사랑을 위하여 기본적이고 최소한의 고민과 심사숙고는 필요합니다. 미리부터 실패할 것이라 겁먹을 이유도 없으며, 무조건 잘되겠지라는 희망도 무의미합니다.
지금, 그리고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하여 가능한 한 합리적이고 균형적 판단을 통해 자신에게 보다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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