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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pr 20. 2020

글쓰기로 마음을 치료한다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사람 이야기. 글쓰기의 기능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이번 글이 제가 브런치에 쓰는 글 중 315번째 글입니다.

그중 일부는 책으로 발간하기도 했으며, 일부는 브런치북으로 발간해 놓고 말았습니다.

제 목표 중 하나는 1일 1글이지만 진짜 이를 달성할 자신은 없고..

일주일에 2-3개는 써야겠다는 목표 정도는 달성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글을 쓰는 것도 쓰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글을 어떻게 쓰나 둘러보게 되더군요.

제 글에 '좋아요'나 '구독'을 누르시면 제가 한번 가서 둘러봅니다.

그분의 자기소개를 보고, 글목록들을 보면서 찬찬히 보게 됩니다.

또한 브런치 홈 등에 가면 오늘의 추천글도 봅니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제목을 정하고 글을 쓰는가에 대한 배움의 과정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분들의 삶과 이야기에 대한 궁금함 정도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다른 작가분들의 글과 삶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평상시에도 저의 고객이나 내담자분들에게 글쓰기를 추천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글쓰기가 마음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는 3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글쓰기는 마음을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다.


글쓰기가 마음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는 첫 번째 이유는 '글쓰기를 통해서 마음을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심리치료와 상담의 치료 기능 중 가장 첫 번째 단계는 표현입니다. 내적인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마음을 치유하는 시작 단계입니다. 왜냐하면 표현되고 드러나야 현상과 상태를 파악하게 되며, 문제를 발견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표현이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작이자 그 자체로도 힘든 감정들이 해소되는 치유 기능을 가집니다.


글목록을 보다 보면 제목 자체에서 마음의 아픔이 드러나는 글들을 있습니다. 하는 일의 특성상 그런 글들은 한 번씩 들러보게 됩니다. 그 안에는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왔던 아픔 기억이나 감정들을 표현하기도 하며, 틀림없이 눈물로 써 내려갔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연들도 있습니다. 그 어떤 글도 나름대로의 감정가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드러냄으로써 '표현'과 관련된 긍정적인 효과와 기능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와 같은 글들에 달리는 '좋아요'나 '댓글'들은 아마도 글 쓰신 분에게 큰 위로와 지지가 될 것입니다. 아마도 비슷한 느낌을 겪었거나 글쓴이의 마음에 공감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마치 집단상담에서 힘들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았을 때, '나도 그랬던 적 있어요!'나 '정말 힘드셨겠다ㅠ 기운 내세요!'라는 말들이 위로와 힘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2. 글쓰기는 마음을 정리하고 객관화하는 좋은 방법이다.


글쓰기가 마음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는 두 번째 이유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마음이 정리되고, 내 상황과 심리적 상태를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힘듭니다. 복잡한 생각이나 감정을 글로 쓰다 보면 '음.. 이런 말이 아닌데..'라던가 '이 느낌이 아니야!' 등의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와 같은 과정은 두 단계를 통해 이루어지게 됩니다. 첫 번째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일차적인 정리가 이루어지며, 두 번째는 써 놓은 글을 다시금 읽어보는 과정에서 좀 더 객관적인 정리가 더해집니다.


우리가 보통 심리적인 혼란과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충분한 정리와 마무리가 이루어지지 않기 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문제에 봉착하거나 혹은 스트레스를 겪는 문제들에 대해서 한참 힘들어하다가 그냥 덮어버리고 넘어가기 일쑤입니다. 혹은 다른 긍정적 사건으로 덮어버리거나 혹은 핵심적인 이슈를 회피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더욱 심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글로 써서 남기는 활동 자체가 문제를 정리하여 직면하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왜냐하면 글은 보다 객관적인 조망과 분석이 가능한 대상이며 다시 되돌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하나의 글을 쓰고 나면 관련되어 있는 애매모호하고 복잡했던 심경들이 정리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글을 쓰던 당시의 감정이나 느낌이 그대로 글에 배어있게 됩니다. 그래서 나중에 그 글을 다시 읽었을 때 좀 더 심리적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즉, 다시금 심리적인 어려움이 생기거나 반복될 때 처음부터, 혹은 바닥부터 다시 고민하거나 힘들어하는 일을 예방하게 해 줍니다. 왜냐하면 지난번에 힘들 때 써 놓았던 글이 있으니까! 그 글을 보면서 어떤 부분이 반복되는 패턴인지, 그리고 이번 이슈는 지난번과는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해서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3. 정리와 객관화는 분석과 해결을 이끈다.


글쓰기가 마음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는 세 번째 이유는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정리하고 객관화함으로써 문제에 대한 분석과 최적의 해결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정리하고 객관화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합니다. 특히 자신이 쓴 글을 여러 번 읽거나 좀 더 편안하고 좋은 기분 상태에서도 글을 반복해서 읽어본다면 좀 더 분명하게 문제점이 보이고 그에 기초한 해결방법들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판단은 기분이나 감정상태가 반영되어 있는 편향된 판단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기분 탓'을 제외한 객관적인 판단과 해결을 가능케 해줍니다.


브런치 등에 올라온 모든 글들이 이와 같은 수준은 아닙니다. 글의 내용을 읽다 보면, 아직도 심리적 혼란 속에서 제대로 정리조차도 되지 않은 글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분석과 해석을 했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접근하여 해결이 요원한 글들도 보입니다. 하지만 이 자체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심리치료나 상담에 와서 자신의 심리적 상태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데에만도 몇 회기가 소요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반복되고 계속되는 글쓰기를 통해서 점차로 정리와 객관화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가장 나쁜 접근은 글쓰기로 그치는 것입니다. 글을 쓰고 그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나 댓글에 만족하고 그 수준에서 끝나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성장과 발전이 동반되는 것이 좋습니다. 글쓰기가 치유가 되기 위해서는 표현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는 심리치료 초반에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을 털어놓음으로써 강력한 감정 정화 효과만을 맛보고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와 똑같습니다. 이런 경우 근본적인 해결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문제는 다시금 반복되게 됩니다. 마치 진통제로 일시적인 고통을 줄였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진통제만 찾는 것과 같은 과정입니다.  



4. 글쓰기가 치유가 되기 위한 조건들


이상과 같은 3가지 이유들로 인하여 글쓰기는 마음의 치유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접근이 그냥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치유 효과를 가지는 글쓰기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첫 번째는 글을 여러 개 쓰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주제여도 좋고, 다른 주제여도 좋습니다. 글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스스로 얻을 수 있는 통찰과 자기 이해가 높아지며, 이는 결국 치유의 원재료가 됩니다. 마치 일기를 쓰거나 한주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 됩니다. 대신 꾸준히 여러 개의 글을 쓰면 그 효과가 올라갑니다.


두 번째는 본인이 쓴 글을 다시 읽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공개 게시판에 글을 쓸 때에는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본인 스스로도 본인의 글을 반복해서 읽으시면 훨씬 더 좋습니다. 왜냐하면 생각과 감정은 신기루와 같아서 항상 변하고 보통 집중하지 않으면 날아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글은 그 당시, 그 상황에서의 나의 생각과 감정을 다시금 감찰할 수 있게 합니다. 혹시나 잘못 생각했던 점들을 찾을 수도 있으며, 과장되었던 감정을 교정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는 어린 시절 일기장을 다시 보면서 미소 짓는 것과 유사한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세 번째는 '어떻게 할 것인가?'(So What?)에 대해서도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단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목적으로 글을 쓴다면 굳이 안 그러셔도 됩니다. 하지만 치유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싶다면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할 것인데?'와 연계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제 글 중 상당수는 마지막 꼭지가 '어떻게 할 것인가?'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저는 기본적으로 치료자로서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본인이 글로써 스스로를 치유하고 싶다면 반드시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항상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만 궁극적인 치유의 완성이 이루어집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스스로의 치유를 위해서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치유의 기능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받는 치유는 제 글을 쓰는 것 보다는 다른 분들을 글을 읽으면서 더 많이 얻습니다. 다른 분들이 쓰신 삶의 이야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 마음을 공감하고, 그분들의 노력과 열정을 배우며, 함께 고민하고, 치료자로서 혹은 한 개인으로서 반성하기도 합니다.


글이라는 것은 한 사람을 표현하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거꾸로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는 곧 나 스스로를 표현하고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냥 이끌려서 쓰기 시작한 글이건, 제대로 맘먹고 시작한 글이건, 여러분 스스로를 치유하고 성장하고 발전하는 도구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심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을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302


https://brunch.co.kr/@mindclinic/143



https://mindclinic.net/


https://www.personalit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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